키코계약 이례적 공소제기 명령… 서울고검 “회사주장 일리있다”
입력 2011-01-31 18:39
키코 계약을 둘러싼 고소사건 처리 과정에서 일선 검찰의 수사가 부실하다며 고검이 이례적으로 검찰청에 공소제기 명령을 내리고 당사자를 직접 기소했다.
서울고검 형사부는 31일 키코 계약 과정에서 이사회 회의록 등을 위조한 혐의(사문서 위조 및 위조사문서 행사)로 설비제조업체 G사 간부 장모씨와 C은행 부지점장 박모씨 등을 불구속 기소했다.
장씨 등은 2007년 7월 계약기간 2년, 계약금액 7500만엔, 1년차 환율 806원, 2년차 환율 786원의 키코 계약을 체결하면서 반드시 첨부해야 하는 이사회 회의록을 이사들의 서명날인 없이 임의로 만든 혐의다.
공소제기 명령은 일선 검찰청이 무혐의 처분한 사건을 고검이 수사해 혐의가 인정되면 해당 검찰청에 다시 공소를 제기토록 하는 명령을 말한다. 통상 고검은 보완수사를 지시하며 재기수사 명령을 내리는데 이번처럼 공소제기 명령과 함께 직접 기소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인천지검은 지난해 7월 G사가 장씨 등을 사문서 위조 등 혐의로 고소하자 “이사회 회의록은 계약 체결을 위한 부속 서류에 불과하고, 장씨가 G사로부터 키코 계약을 지시받은 뒤 이사회 회의록을 작성했기 때문에 위조했다고 볼 수 없다”며 지난 12월 30일 무혐의 처분했다.
하지만 서울고검은 키코 계약 체결 과정에서 대표이사의 승인이나 이사회 결의가 없었음에도 장씨가 은행 직원과 임의로 이사회 회의록을 작성한 만큼 사문서 위조에 해당한다며 기소를 결정했다.
G사는 키코 계약으로 16억원 넘는 환차손을 봤으며 계약 해지에 따른 배상액 등으로 현재까지 80억원의 손해를 본 것으로 알려졌다. 키코란 일정 환율 범위 안에서 환율 손실을 보상해 주고 그 이상이 되면 기업이 달러를 매입해 되사주는 금융 파생상품이다.
검찰 관계자는 “명백하게 법률을 잘못 적용했을 때 고검이 공소제기 명령을 내리고 직접 기소한다”며 “이번 수사에 그만큼 문제가 있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이제훈 노석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