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銀, 지주사 전환 보류 왜… 4대 지주사 ‘불협화음’에 고심
입력 2011-01-31 20:41
기업은행이 숙원사업이자 민영화를 위한 첫 단추로 여겨졌던 금융지주사 전환 작업을 당분간 보류키로 했다. 은행은 물론 증권과 보험, 자산운용사들을 잇따라 설립하며 지주사 전환에 사활을 걸었던 이전과는 확연히 다른 분위기다.
지난해 순이익이 모두 1조원을 넘어설 것이 확실시되는 등 공격적인 영업을 펼치던 기업은행이 숙원사업을 미룬 것은 최근 4대 금융지주사가 모두 지배구조 문제로 홍역을 앓은 데서 비롯됐다.
기업은행 고위 관계자는 “취임 직후 조준희 행장은 ‘잘하는 것은 더 잘하고, 못하는 것은 보완하자’는 원칙을 세웠다”면서 “금융지주사가 일제히 CEO 리스크에 휩싸인 상황에서 우리가 섣불리 외형을 불리기보다는 내실을 다진 뒤 점진적으로 (지주사 전환을) 추진하는 게 옳다고 본다”고 말했다.
조 행장도 최근 취임 기자간담회에서 “지주사 전환 문제는 시간을 두고 정부, 국회와 조율해 가며 추진해야 할 문제”라며 우선적으로 추진할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KB금융지주는 지난해 7월 어윤대 회장이 취임하면서 ‘관치 논란’에 휩싸였다. 거기에 어 회장의 지론인 ‘메가뱅크’론까지 불거지면서 각종 인수·합병(M&A) 루머에 휩싸이는 등 내·외부적으로 곤욕을 치렀다.
결정타는 신한금융지주였다. 공고한 지배구조 아래 눈부신 성장 속도를 보였던 신한금융은 결국 그룹 내부 1∼3인자 간 불협화음으로 은행이 지주 사장을 직접 형사 고소하는 상황까지 치달았다. 우리·하나금융지주도 각각 민영화와 외환은행 인수라는 중대한 시점에 놓여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주 회장의 연임 여부가 불투명해 고심하고 있다.
이에 따라 기업은행의 지주사 전환은 현 정권 내에서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관련법을 개정해야 할 국회는 내년 4월 총선 준비 등으로 시일이 촉박하고 금융위원회 역시 기업은행이 지주사 전환에 힘을 빼기보다는 중소기업 지원에 적극적으로 나서길 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