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진 회장 회계 부정처리 468억 횡령 혐의 기소… 檢, 태광그룹 비자금 수사 결과 발표
입력 2011-01-31 20:53
태광그룹 비자금 의혹을 수사한 서울서부지검 형사5부(부장검사 이원곤)는 31일 수사 결과를 발표하며 이호진(48) 회장을 회사에 1400억원대의 손실을 입힌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업무상 횡령·배임 등)로 구속 기소했다. 검찰은 또 비자금 조성에 깊숙이 관여한 이 회장의 어머니 이선애(82) 태광산업 상무 등 전·현직 임직원 6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이로써 내부고발자 제보로 시작된 검찰 수사는 112일 만에 막을 내렸다. 서부지검은 한화·태광그룹 비자금 의혹 사건을 ‘쌍끌이’로 진행했지만 이 회장 1명만 구속 기소하고 나머지 관련자들은 불구속 기소하는 초라한 성적표를 남겼다.
◇이 회장 모자(母子)의 주요 혐의는=이 회장은 1997년 1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계열사 태광산업과 태광관광개발에서 무자료 거래와 회계 부정처리, 제품 빼돌리기, 임금 허위지급, 직원 피복비 착복 등의 수법으로 468억원을 횡령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회장은 계열사가 보유한 한국도서보급㈜ 주식과 골프연습장을 헐값으로 팔게 하고 자신이 소유한 골프장 건설업체를 지원하기 위한 목적으로 무담보 대출을 지시해 회사에 955억원의 손실을 떠넘긴 혐의도 받고 있다.
이 회장은 2006년 3월 국내 최대 유선방송업체 티브로드를 운영하면서 CJ미디어로부터 “좋은 채널을 배정해 달라”는 청탁과 함께 당시 상장되지 않은 CJ미디어 주식 186만주를 인수했다가 되팔며 250억원의 시세 차익을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이 상무는 92년 3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회사 제품을 세금계산서 없이 팔아 수익을 챙기고 직원 사택 관리비와 작업복 대금을 착복하는 등 529억3000만원을 횡령한 혐의다. 검찰은 아들인 이 회장이 구속된 점 등을 감안해 이 상무를 불구속 기소했다고 설명했다. 오용일(60) 태광그룹 부회장, 이성배(54) TRM·THM 대표, 진헌진(48) 전 티브로드 대표 등은 이 회장 모자의 범행을 도운 혐의로 기소됐다.
◇비자금 출처 놓고 공방 예상=검찰은 이 회장 혐의에 대해 “새로 마련된 대법원의 양형기준을 적용하면 단기 7년, 장기 11년이 선고될 수 있는 사안”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태광 측은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점이 있었다는 점에 자성하며 이번 일을 계기로 투명 경영 시스템을 정비하겠다”면서도 “부당한 오해를 벗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밝혀 치열한 법리공방을 예고했다.
검찰과 태광그룹 측의 입장차가 가장 극명히 갈리는 지점은 비자금 출처다. 검찰은 출처를 알 수 없는 4400억원이 차명계좌 7000여개를 통해 운용된 사실을 적발했다. 검찰은 이 돈을 이 회장 모자가 회사 자금을 빼돌려 조성한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태광 측은 “회사 자산을 빼돌려 조성한 것은 한 푼도 없고 모두 선대로부터 물려받은 자금”이라고 반박했다.
검찰은 또 이 회장이 한국도서보급 주식을 사들인 데 대해 “해당 회사에서 막대한 수익이 예상되자 저가에 매입했다”고 주장하는 반면 태광 측은 헐값 인수 사실은 부인하고 있다.
태광 측은 그러나 무자료 거래나 회계 부정처리로 비자금을 마련한 혐의 등은 인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 회장이 정·관계에 금품 로비를 벌였다는 의혹을 규명하려 했으나 관련 수사는 진전하지 못해 ‘절반의 성공’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강창욱 이용상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