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어디로 가나] “美, 2년전 시위 주도세력 은밀히 지원”

입력 2011-01-31 18:34

미국은 이집트 반정부 시위를 주도한 ‘4월6일 청년운동’을 2년여 전 은밀히 도왔지만 이 단체가 목표로 한 2011년 대선 전 정권 교체는 실현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폭로전문 사이트 위키리크스가 31일 공개한 미 국무부 외교전문에 따르면 마가렛 스코비 주이집트 미국 대사는 2008년 12월 23일 ‘4월6일 청년운동’ 소속 활동가를 만났다.

이 활동가는 대사에게 “현 정권에 반대하는 여러 세력이 2011년 대선 전까지 정권을 교체하고 의회 민주주의로 전환하자는 데 구두로 동의했다”고 말했다. 그는 ‘무슬림 형제단’ 등 여섯 단체의 이름까지 알려줬다.

스코비 대사는 같은 달 30일 작성한 외교전문에 이 내용을 보고하면서 “청년 활동가는 2011년까지 구체적 로드맵을 말하지 않았다. 그가 말한 정권 교체는 지극히 비현실적(highly unrealistic)”이라고 평가했다. 또 “이집트 내 다른 반대 세력은 점진적 개혁을 준비하고 있어 이런 식의 접근은 이 활동가를 주류에서 밀려나게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활동가의 이름은 외교전문에서 ‘×××’로 처리됐다.

이 활동가는 앞서 12월 초 미국 컬럼비아대학에서 열린 ‘청년운동 연대회의’에 참석한 것으로 나타났다. IT 기술을 이용해 정부 감시를 피하는 법 등이 논의됐다. 미 국무부 관계자도 이 회의에서 연설을 했다. 미국이 이집트 내 반정부 활동 세력을 몰래 도왔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활동가는 미 국회의사당에서 에드워드 로이스 하원의원 등을 만나 호스니 무바라크 대통령의 해외 계좌를 동결해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드러났다.

권기석 기자 key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