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어디로 가나] 도심 곳곳서 약탈·파괴·탈옥… 사실상 무정부 상태
입력 2011-01-31 21:20
이집트 반정부 시위가 1주일째로 접어들었다. 이집트는 사실상 치안 공백 상태에 빠졌다.
시위대는 여전히 카이로 등 이집트 도심 한복판에서 호스니 무바라크 이집트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고 있다. 이집트 정부는 경찰력을 주요 도시에 배치시키는 등 안정화에 나섰다. 하지만 각국 정부는 이집트 현지 교민들의 탈출을 돕기 위해 직접 나서고 있다.
◇시위대, 대통령 퇴진 요구=시위대는 무바라크가 퇴진하는 순간까지 시위는 계속할 것이라며 카이로 중심가 타흐리르 광장 등 도심을 장악하고 있다.
사상자 수도 늘고 있다. 이집트 당국의 공식 집계가 발표되지 않은 가운데 알자지라 방송은 30일까지 150명이 사망했고 부상자는 수천명에 달한다고 전했다. 지난 29일엔 아제르바이잔 대사관 직원 1명이 퇴근길에 반정부 시위로 사망했다.
시위대는 1일 카이로에서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키로 했다. AFP에 따르면 파업 지령은 30일 오후 운하도시인 수에즈 근로자들에 의해 처음 내려졌다. 한 시위 조직책은 “수에즈 근로자와 합류해 우리의 요구가 받아들여질 때까지 총파업을 벌일 것”이라고 말했다.
아직까지는 군과 시위대 간 큰 충돌이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군은 30일 밤 통행금지령을 어긴 시위대에 연행 등의 특별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시위대는 타흐리르 광장에서 천막농성을 하고 있다. 시내 곳곳에는 현재 군 병력과 탱크, 장갑차 등이 배치된 상태다.
◇주요 도시들은 경제·치안 무방비=카이로, 알렉산드리아, 수에즈 등 이집트 주요 도시는 경찰이 철수하면서 사실상 무정부 상태가 됐다. 도심 곳곳은 약탈과 파괴, 탈옥 등이 잇따랐다.
혼란이 지속되자 하비브 알 아들리 이집트 내무장관은 30일 경찰이 군과 협조할 것을 경찰 사령부에 요청했다. 지난 28일 거리에서 사라졌던 경찰력은 이날 오후부터 트럭을 타고 주요 거리에 다시 배치됐다. 통행금지령도 오후 3시부터 다음 날 오전 8시까지 1시간 연장했다. 시위대는 유혈 충돌을 야기한 경찰에 야유를 보냈다.
반정부 시위가 계속되면서 경제도 사실상 마비됐다. 대부분의 주유소 기름은 바닥났고, 은행 현금지급기도 약탈당하거나 고장났다. CNN 인터넷판은 시위로 상점은 문을 닫고 물자 수송에 차질을 빚으면서 식량과 연료 재고가 바닥을 드러냈다고 보도했다. ‘샌드몽키’라는 아이디를 쓰는 이집트 주민은 트위터에 “통금령으로 문을 연 식당도 없고 식량이나 연료도 없다”며 “기본 물자는 더 부족해질 것”이라고 전했다.
서윤경 기자 y27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