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어디로 가나] “軍·부통령, 무바라크에 퇴진 요구”

입력 2011-01-31 20:54

이집트 사태의 향방을 쥔 군부의 움직임에 관심이 쏠린 가운데 부통령과 군 고위 관계자들이 호스니 무바라크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했다고 뉴욕포스트가 3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신문은 이집트 정부 소식통을 인용해 오마르 술레이만 부통령과 모하메드 탄타위 국방장관이 현 상황을 진정시키려면 권력 이양이 불가피하다는 뜻을 무바라크 대통령에게 밝혔다고 보도했다. 아직 무바라크 대통령이 권력 이양을 받아들일 징후는 보이지 않지만, 술레이만 부통령이 이번 사태를 마무리하고 후계자로 나설 것으로 추측된다.

무바라크 대통령이 1981년 집권 이래 비어 있던 부통령직에 임명한 술레이만은 군 정보기관 출신이다. 95년 무바라크 대통령의 에티오피아 방문 당시 무바라크를 암살 위기에서 구한 이후 상승 가도를 달리며 2인자로서 입지를 다졌다. 특히 최근엔 미국 이스라엘 및 중동 국가들의 평화협상 중재자로 나서기도 했다. 이 때문에 그의 부통령 임명은 이집트의 급격한 변화를 막고 조용히 사태를 수습하려는 미국의 의중이 담겨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야권 및 시위대는 무바라크의 최측근이었던 술레이만을 거부하고 있다. 하지만 1952년 쿠데타 이후 대통령 4명을 배출해 온 이집트 군부가 술레이만의 손을 들어줄 경우 얘기는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이집트 군 고위 관계자들이 미국으로부터 이번 사태와 관련해 모종의 메시지를 받은 것 아니냐는 추측도 나온다. 로스앤젤레스타임스(LAT)는 이날 미 행정부가 무바라크 정권이 물러나는 상황을 대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 행정부 고위 관계자들이 이집트 군 고위 관계자들에게 무력으로 무바라크 정권을 지탱하려는 시도를 하지 않길 바란다는 미국 측 의사를 전달했다는 것이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