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어디로 가나] 비상 걸린 한국 기업… 통관 안되고 통신 차단 22억달러 수출시장 ‘휘청’

입력 2011-01-31 21:18


이집트의 민주화 시위가 급격히 확산되면서 이집트 수출과 중동 건설 수주 등에 피해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코트라 관계자는 31일 “현재 관공서들이 문을 닫아버려 수입품 통관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데다 통신도 차단돼 현지 바이어들과 의사소통이 힘든 상태”라고 전했다. 이집트는 아랍에미리트와 이란, 사우디아라비아에 이은 중동 4대 수출시장으로 지난해 한국의 이집트 수출액은 22억4000만 달러에 달한다. 하지만 시위가 장기화되면 지난해 수준의 성과를 올리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현지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의 피해도 크다. 현지 36개 한국 기업들은 정상적인 활동을 포기한 상태다. 삼성전자, LG전자 등은 직원과 가족들을 인근 두바이 지역본부 등으로 대피시킬 방침이다. 일부 업체는 아예 한국으로 귀국시킬 계획을 세우고 있다.

근로자 300명 이상을 고용한 제조업체 3개사의 상황도 좋지 않다. LG전자 TV공장은 가동이 중단됐고 폴리에스테르 직물을 생산하는 마이다스는 직원의 30%가 출근하지 않고 있는 탓에 가동 중단을 검토 중이다. 카이로에서 2시간 거리인 엘 카이마 지역에 있는 동일방직 공장은 아직까지 가동 중이지만 시위가 지방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높아 언제든 공장 가동이 중단될 수 있는 처지다. 또 현지 수출용 제품을 생산했거나 원부자재를 구입한 중소 수출기업의 금전적 피해도 예상된다. 사태가 예상보다 더 빨리 악화되면서 사전에 생산 일정을 조정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해외건설도 비상이다. 이집트 시위가 인근 북아프리카와 중동 국가로 확산되면 사업 계획 및 발주 등이 연기되기 때문이다. 국토해양부 관계자는 “중동과 아프리카는 국내 건설업계의 수주 비중이 높은 지역이라 이집트 사태의 파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면서 “해외사업장을 둔 업계의 동향 파악도 수시로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업률이 높고 소득수준이 상대적으로 낮은 모로코와 시리아, 이란 등이 시위 발생 가능성이 높다. 코트라 관계자는 “업계는 우선적으로 바이어들과의 연락망 확보에 주력하면서 사태 장기화에 대비해 대체시장 발굴에도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도훈 기자 kinch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