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말리아 해적 수사] 보름간 합숙 사전모의… 처음부터 ‘삼호 선박’ 노렸다
입력 2011-01-31 18:26
해적들이 삼호주얼리호를 납치하기 15일전부터 합숙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이번 납치 사건이 철저한 사전모의를 통해 저지른 범행임이 드러났다.
특히 삼호주얼리호는 지난해 납치됐다 950만 달러를 주고 풀려난 삼호드림호와 동일한 삼호해운 소속이라는 점에서 당초 같은 선사의 선박을 겨냥해 납치했는지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31일 남해해양경찰청 특별수사본부에 따르면 해적들은 신상정보뿐 아니라 해적행위와 관련된 범죄사실을 모두 인정했고, 삼호주얼리호를 납치하기 15일 전부터 합숙을 하면서 범죄를 계획했다고 진술했다.
이들은 합숙을 통해 선박 납치과정에서 저마다 역할을 분담해 실제처럼 훈련을 받았다. 납치과정이 조직적으로 진행됐다는 방증이다. 50명의 베테랑 형사로 구성된 수사본부는 해적들을 상대로 삼호주얼리호의 운항정보 등 납치대상 선박의 정보를 사전에 알고 있었는지에 대해 면밀히 조사할 방침이다.
수사본부는 또 석해균(58) 선장에게 총을 쏜 해적을 가리는 데에도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자신이 석 선장을 쐈다고 인정했던 모하메드 아라이(23)는 현재 말을 바꿔 총격사실을 부인하고 있다. 일단 해적 피의자들이 법원의 영장실질심사 과정에서 시인했던 내용과 삼호주얼리호 선원들의 진술서, 진압 당시 촬영한 동영상 등을 증거로 범인을 가린다는 입장이다.
1일 오만 현지에서 출발해 오는 2∼3일쯤 귀국할 것으로 예상되는 선원이 도착할 경우 수사 속도가 더욱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수사본부는 또 선원들과 피의자 진술뿐 아니라 과학적 증거를 찾는 일에도 집중하고 있다. 지난 30일 석 선장을 수술하는 과정에서 추출해 낸 탄환 2개에 대해 긴급 분석을 실시하고 있다. 또 해군 등에 의뢰해 당시 해적들이 보유했던 총기류 등과도 대조하기로 했다. 오만항에 삼호주얼리호가 입항하는 대로 수사팀을 급파해 현장조사도 실시할 계획이다. 해적들의 생포 당시 위치와 석 선장의 위치, 총탄 흔적 등에 대한 종합적이고 정밀한 조사를 시행할 예정이다.
수사본부는 이와 함께 금미305호를 납치한 해적들과의 연계성도 조사하게 된다.
해적들이 비교적 순순히 조사에 응하고 있으나 앞으로의 수사가 순조롭지만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가장 큰 변수는 소말리아어, 영어, 한국어 등 3단계로 진행되는 통역이다. 수사기법상 수사관과 피의자 간의 감정적 교류가 중요한데 복잡한 통역을 거치면서 피의자들이 수사관의 질문의도를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조사 시간도 오래 걸린다. 정부는 공정한 재판을 위해 법정에서는 소말리아어와 영어를 함께 구사하는 영국인 통역을 데려올 계획이다.
또 종족을 중요시하는 소말리아의 문화도 수사의 난관이다. 자신보다 부족이나 조직을 우선시해 부족에 누를 끼치는 증언을 회피할 가능성이 있다.
부산=윤봉학 기자 bhy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