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말리아 해적 수사] 속 편한 해적들?… 유치장서 밥그릇 ‘싹싹’, 밤엔 ‘쿨쿨’
입력 2011-01-31 20:57
사상 최초로 국내에 압송돼 조사 받고 있는 소말리아 해적들은 부산해양경찰서 내 유치장에서 비교적 편안한 생활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매끼 제공된 식사를 싹 비우고 취침 중에는 단 한 번도 깨지 않고 숙면을 취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의 매서운 겨울추위가 생소한 해적들에게 두꺼운 방한복이 제공됐다.
31일 남해해양경찰청 특별수사본부에 따르면 해적들은 밥과 반찬을 하나도 남기지 않고 싹 비웠다. 제공된 식사 메뉴는 쌀밥, 김치볶음밥, 된장국, 계란 프라이, 잡채, 동탯국, 두부 등이다. “음식 먹을 만 하냐”는 질문에 해적 중 한 명은 “굿(good), 굿”이라고 대답했다고 해경 측은 전했다. 해적들은 유치장 안전수칙 교육을 받은 뒤 오후 9시가 넘어 취침에 들어갔다.
아랍어 통역이 새로 투입되면서 해적들에 대한 조사에 투입된 통역원은 5명으로 늘었다. 난민비자를 받아 국내에 체류 중인 소말리아인 2명과 3명의 한국인 통역 등 5명이다. 해적 5명 중 1명은 아랍어, 4명은 소말리아어와 영어로 이중 통역을 거치면서 조사시간이 다소 지연되고 있다. 재판절차가 진행되면 통역은 1명 더 늘어날 전망이다. 법정에서는 까다로운 법적 용어의 정확한 통역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정부 관계자는 “앞으로 해적을 상대로 재판을 하자면 수준 높은 통역이 필요하다”며 “외교통상부가 그동안 소말리아어와 영어에 능숙한 통역인을 물색해왔고 영국에서 통역인을 구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문하영 외교부 재외동포영사대사 겸 대테러국제협력대사가 지난 28일 런던에서 열린 ‘대테러·해적 협의’를 계기로 영국을 방문했을 때 영국 측에 통역인을 주선해달라고 요청했고 흔쾌히 협조하겠다는 답변을 얻어냈다고 외교 소식통이 전했다. 소말리아 북부는 1960년까지 영국의 식민지였기 때문에 영국에는 소말리아어에 능통한 사람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관계자는 “외교부와 법무부 등 관계부처가 협의해 앞으로 소말리아어 통역 인원과 투입 시기 등을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수사본부는 해적들을 건강검진한 결과 해적 1명이 유탄에 의한 부상이 어깨에 있으나 조사에 응하지 못할 정도의 심한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찰과상을 입은 1명에 대해서는 치료를 받게 조치했다.
부산=이영재 기자 yj311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