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말리아 해적 수사] 전직 군인·요리사·어부·학생 “쉽게 돈벌려 해적됐다”
입력 2011-01-31 21:02
삼호주얼리호를 납치한 소말리아 해적 5명의 실체는 손쉽게 돈을 벌기 위해 해적에 자원한 전직 군인 2명과 요리사·어부·학생 각 1명이다. 이들은 170∼190㎝의 훤칠한 키에 몸무게 60∼70㎏으로 마른 체구였다. 하지만 우리 해경에 압송돼 조사를 받으면서도 살기어린 눈빛에 두려움이 없는 표정을 지었다.
남해해양경찰청 특별수사본부가 31일 밝힌 해적 5명의 전(前) 직업은 다양했다. 압둘라 알리(21)와 아부카드 애맨 알리(21) 등 2명만 전직 군인일 뿐 무하마드 아라이(23·어부), 압둘라 세륨(21·요리사), 아울 브랄렛(19·학생) 등 나머지 3명은 민간인이다. 이들은 해적이 된 이유에 대해 “끼니 해결도 어려운 소말리아에서 쉽게 많은 돈을 벌 수 있어서”라고 답했다.
“미성년 티를 아직 벗지 못한 브랄렛은 자신의 행동이 얼마나 큰 범죄인지 잘 인식하지 못하는 듯했다”고 수사 관계자는 전했다.
소말리아 해적의 실체를 유추할 수 있는 중요한 증언도 나왔다. “부족장이 해적이 되라고 지시한다. 수개월간 혹독한 훈련과 정신교육을 받는다”고 진술했다. 부족장이 직접 해적 조직원을 선정한 뒤 군벌에 보내 일정 기간 체계적인 교육을 받게 한 뒤 해적 활동에 투입했다는 설명이다. 신체적으로 건장한 20세 전후 청년들이 주로 발탁되는 것으로 밝혀졌다. 해적들은 납치를 모의하고 배후조종하는 주도 세력과 실제 선박을 납치하는 행동대원 그룹, 선박과 선원들을 감금·관리하는 감시 그룹으로 역할을 분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이들을 배후에서 조종하고 범행을 주도한 ‘몸통’이 따로 있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수사본부는 해적들의 진술을 근거로 현재 소말리아 18개 지역에 12개 군벌이 난립, 해적을 배후조종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그 가운데 규모가 가장 크고 위협적인 존재는 소말리아 해병대(SM)다. SM은 금미305호가 억류된 하라데레항을 거점으로 활동하고 있다. 소말리아 최대 군벌인 하위야가 지휘하고 있으며 조직원만 13만명에 달한다. 동원호와 마부노 1·2호 납치 사건도 이들이 주도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하지만 해적 가입과 훈련, 교육, 현장투입 등 모든 것이 부족장 중심의 점조직으로 이뤄져 실제 자신들이 속한 단체의 해적 규모, 활동 등에 대해서는 잘 모르는 것으로 드러났다. 삼호주얼리호 납치의 행동대장 격인 해적 두목이 사살돼 배후 세력을 밝혀내는 데 어려움이 예상된다. 해적들을 배후조종한 실질적 주도 세력이 드러나더라도 사전 모의 단계부터 납치 사건의 전모를 파헤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정부가 소말리아 정부와 범죄인 인도 조약을 맺지 않았기 때문에 이들을 국내로 송환해 조사하는 게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이다.
부산=윤봉학 기자 bhy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