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직접투자·저가 공세에 브라질 산업 ‘골병’

입력 2011-01-31 18:05


브라질 수도 상파울루 중심가에는 ‘싱링’으로 불리는 쇼핑몰이 있다. 중국풍 이름이 암시하듯 이곳엔 노키아 휴대전화에서 로렉스 시계, 구찌 선글라스에 이르기까지 저가 중국산 ‘짝퉁’이 넘쳐난다. 헤알화 가치상승 덕분에 구매력이 높아진 브라질 사람들에게 중국산 제품은 엄청나게 인기를 끌고 있다.

중국이 막대한 외환보유고를 바탕으로 브라질에 대한 투자와 수출을 늘리면서 전통적 경제 우방이었던 양국 사이에 무역 파열음이 커지고 있다고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31일 보도했다.

무역갈등은 중국이 브라질 최대 외국인 직접 투자자로 부상했지만 투자가 기술이전으로 연결되지 않는 데다 저가 공산품의 대량 유입으로 브라질 국내 산업이 설 자리를 잃고 있는 데서 비롯된다.

브라질 중앙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브라질에 유입된 외국인 직접투자(FDI) 484억6000만 달러 중 중국은 170억 달러를 차지하며 1위를 기록했다. 중국의 브라질 FDI는 2009년 3억 달러가 채 안됐으나 지난해 급증했다.

더욱이 직접투자 증가는 통화가치 상승에 따른 중국산 수입 급증이라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 브라질은 지난해 대중 교역에서 52억 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제조업 부문에선 235억 달러 적자였다. 전년 6억 달러에 비해 40배 정도 불었다.

중국의 원자재 시장 투자는 금융위기 당시 브라질 경제를 살린 구원투수였다. 하지만 중국의 브라질 원자재 시장 투자 등으로 브라질 헤알화 가치는 지난 2년간 40% 절상됐다. 따라서 브라질 정부의 태도가 180도 달라졌다.

올 들어 브라질 정부는 처음 위안화 절상을 촉구한 데 이어 장난감 수입관세 인상, 신발류 등 중국산 제품에 반덤핑 관세 부과 등의 조치를 취했다. 일부 제조업체가 중국으로 생산 공장을 옮기면서 장기적으로 산업공동화 우려마저 낳는 실정이다.

1970년대 네덜란드가 통화절상 때문에 수출주도 경제가 몰락했던 ‘네덜란드병’ 전철을 밟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중국산 수입 증대는 경제규모 확대에 따른 불가피한 현상이라는 지적도 있어 브라질 정부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손영옥 선임기자 yosoh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