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G제로 시대’ 대응책 서둘러 강구해야
입력 2011-01-31 17:35
“권력이동이 서양에서 동양으로, 북반구에서 남반구로 향하고 있다.” 30일 폐막된 제41차 세계경제포럼(WEF) 연례회의에서 세계 최대 광고그룹 WPP의 최고경영자 마틴 소렐이 한 말이다. 35개국 정상을 포함한 세계 각계 지도자와 주요 기업인들은 이번 회의에서 지구촌 힘의 이동을 재확인했다.
정치·경제적 힘의 이동은 지난 20일 미·중 정상회담을 통해 주요2개국(G2)의 한 축으로 공식 자리매김한 중국, 그리고 인도 등을 포함한 아시아로, 브라질 등 남미를 향해 이미 시작됐다는 것이다. 여기에 지난 10년 동안 연평균 5% 성장률을 기록한 아프리카를 주목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더 이상 세계는 기존 선진국(선진7개국·G7)들에 의해 움직이지 않는다는 얘기다. 그런데 이번 회의에서는 물가고, 식량난, 지정학적 위기, 재정위기 등 산적해 있는 글로벌 이슈에 대한 불안감이 폭발했다. 오히려 그들은 세계가 G제로(0), 즉 글로벌 리더십 부재 단계에 들어섰다는 데 공감했다.
새로 G2, 주요20개국(G20)이 거론되고 있으나 세계는 지금 지구촌 권력이동 과정에서 나타날 수밖에 없는 힘의 공백을 우려하고 있다. G7은 예전만큼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으며,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G2의 한 축을 맡게 된 중국의 책임 있는 자세와 리더십에 대해서는 낙관하기 어렵고, G20 역시 아직 신뢰성을 갖출 정도로 뿌리내리지 못했다는 평가다.
변화는 분명한데 그에 적합한 대응 능력에 대해서는 반신반의하는 상황, 그것은 한국이 직면한 현실이기도 하다. 떠오르는 아시아, 그리고 그 한 축을 이루고 있는 한국의 경제적 위상 향상은 우리에게는 자랑스러운 것이지만 현실을 감안할 때 우리는 만족하기보다 긴장의 끈을 놓지 말아야 한다.
한반도를 둘러싼 지정학적 리스크 관리는 물론, 고령사회 진입을 앞두고 전개되는 다양한 복지수요에 대한 적절한 대응, 갈수록 심화되는 양극화 문제 해소,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으로서 갖춰야 할 역할 모색 등 우리가 직면한 문제는 한두 가지가 아니다. 선진국으로의 도약은 거저 이뤄지지 않는다. 세계는 변화하고 있고 우리는 그에 상응한 해법을 마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