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박지성, 당신이 있어 행복했습니다”
입력 2011-01-31 17:34
한국 축구의 ‘영원한 캡틴’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선수가 31일 오전 태극마크를 반납했다. 지난 2000년 4월 5일 이후 11년간의 대표생활을 마감한 것이다. 2009년 10월부터 달았던 대표팀 주장 완장도 벗었다. 나이 서른에 국가대표라는 영광스럽고도 무거운 짐을 내려놓으며 새로운 축구 인생을 시작하게 됐다. 단짝이던 이영표 선수는 지난 29일 이미 대표 자리를 내놓았다.
박지성의 국가대표 은퇴는 예정된 일이긴 해도 막상 그가 없는 대표팀을 생각하면 허전하기 그지없다. 경기 때마다 쉴 새 없이 그라운드를 누비는 부지런함, 유럽 리그에서도 돋보이는 탁월한 기량, 후배들의 사기를 북돋우며 팀의 융화를 이끄는 리더십, 운동장을 벗어나면 한없이 겸손한 처신 등으로 팬들의 아낌없는 사랑을 받았다. 그러기에 우리도 그의 결정을 존중하고 새 출발을 축하하는 것이다. 그 역시 기자회견에서 “지금보다 더 힘들고 험한 여정을 가야 할지라도 포기하지 않고 성취하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그가 국가대표를 지낸 기간은 한국 축구의 비약적 성장과 궤를 같이한다. 2002년 한·일월드컵 포르투갈과의 C조 최종전에서 그림같은 결승골을 성공시키면서 한국팀 4강 신화의 주역으로 떠오른 그는 2005년 7월에 명문 맨유 구단에 입단, 한국인 최초의 프리미어리거가 되면서 세계 축구의 중심권에 진입하는 데 성공했다. 지난해 남아공 월드컵에서는 사상 첫 원정 16강 진출의 쾌거를 이루는 데 수훈갑이었고, 이번 아시안컵을 끝으로 국가대표 자리에서 물러나기에 이르렀다.
어느 분야든 세대교체는 자연스런 것이다. 박지성과 이영표 등 걸출한 스타가 떠난 자리는 젊은 선수들이 메울 것이다. 축구에 대한 국민의 사랑이 계속되는 한 제2의 박지성, 제3의 이영표의 출현도 이어질 것이다. 박지성 선수는 비록 대표팀 유니폼은 벗었지만 한국 축구의 아이콘으로 오래도록 남을 것이다. 헌신과 희생정신으로 국가대표의 의무를 다했으니 이제 자유롭게 활동하며 더욱 눈부신 업적을 쌓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