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염성덕] 설이 쓸쓸한 사람들

입력 2011-01-31 17:37

올해도 쓸쓸하게 설을 맞는 이들이 많을 것 같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전국을 강타한 구제역과 조류인플루엔자(AI)가 가장 큰 원인. 30일 현재 전국에서 구제역과 AI로 살처분된 소 돼지 닭 오리 등 가축 수는 800만 마리를 넘어섰다. 앞으로 얼마나 많은 가축과 ‘생이별’을 할지 예단할 수 없는 상태다.

농민들은 살뜰하게 키운 가축을 생매장하면서 트라우마(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에 시달린다. 아침저녁으로 매장지에 찾아가 “우리 아가들아, 우리 아가들아” 하며 대성통곡하는 농민들의 참담한 모습은 국민을 슬프게 한다. 설 연휴를 맞아 한달음에 달려가 부모를 부둥켜안고 슬픔을 나누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구제역 전파를 우려해 실행에 옮길 수도 없다.

속절없이 휴대전화만 붙잡고 부모를 위로하는 자녀들의 가슴도 새카맣게 타들어간다. 여성가족부의 ‘2010년 제2차 가족실태조사’ 결과 인구 5명 중 1명만 친조부모와 외조부모를 가족이라고 생각할 정도로 가족 해체가 가속화되고 있다. 설 명절 때도 찾아가지 못한다면 가족 해체는 더 빨라질 것이다.

대표적 모금 기관인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저조한 모금 실적도 설 분위기를 우울하게 한다. 공동모금회는 이날 현재 목표액 2242억원보다 201억여원이 부족한 2040억여원을 모금했다. 목표액 행복온도를 100도로 했을 때 모금액 온도는 91도에 불과하다. 공동모금회는 조직과 운영비를 30% 이상 줄여 지원 대상을 유지한다는 방침이지만 목표액을 초과 달성했을 때보다는 사업 규모가 줄어든다는 점에서 수혜자의 설은 외로울 수밖에 없다.

해마다 반복되는 체불임금도 문제다. 지난해 발생한 체불임금은 1조1630억원, 임금을 받지 못한 근로자는 27만6417명에 달한다. 지난해 말 현재 고용노동부가 해결한 체불임금은 6037억원밖에 안 된다. 지난해 체불임금의 경우 최근 10년간 가장 적었던 2002년보다는 8169억원(236%)이나 급증했고, 2008년보다는 2069억원(21.7%) 늘어난 것이다.

체불임금을 기준으로 하면 우리 사회는 공정사회와는 거리가 멀게 느껴진다. 고용부는 2월 말부터 민간전문가로 구성된 ‘체불 제로 서비스팀’을 운영한다고 하지만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는 미지수다.

여러 가지 악재로 고통 속에 설을 맞는 이웃에게 주변의 사랑과 관심, 도움이 절실하다. 우는 자들과 함께 울라는 성경 말씀을 되새길 때다.

염성덕 논설위원 sdyu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