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김바울 (7) “인도 하층민 어린이 도울 神은 오직 하나님”

입력 2011-01-31 17:53


나는 북인도 지역에서 교회 개척과 지역개발 사역을 함께 하고 있다. 인도 무슬림을 위한 사역이 4년을 넘기면서 힌두인 사역도 시작했다. 힌두인을 위한 교회를 개척했고 교회를 중심으로 어린이 개발 프로그램도 병행하고 있다. 이중 깔리얀뿌리라는 힌두 지역은 길거리에 방치된 어린이들이 많아 어린이집을 시작한 곳이다.

어린이집은 기아대책과 함께 아동 결연 사역을 시작, 550명의 어린이들이 한국의 후원자를 통해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정서적, 영적, 육체적 부분에서 도움을 받게 된다. 우리가 돌보는 아동 중에는 아픈 아이들이 많은데 그중 10여명은 어릴 때 약물 부작용으로 평생 침대에 누워 지낸다. 알리야라는 10세 아동은 생후 4개월에 감기가 걸려 병원에 갔는데 의사가 7세 된 아이를 위한 처방약을 먹이는 바람에 신장 기능이 파괴됐다. 그 후 아이는 자라지도 못하고 매월 수혈을 해야 했고 매일 약을 먹어야 살 수 있었다. 우리는 이 아이를 위해 매달 수혈 비용과 병원비, 약값 등을 공급하고 있다. 자라지 못해 10세인데도 4세밖에 되지 않아 보인다.

인도에는 약물 부작용이 많다. 나 역시 교통사고 후 병원에서 약물 부작용으로 몇 차례의 혼수상태를 경험했다. 병원의 약물 부작용이 워낙 심해 이런 이야기까지 회자된다. “만약 몸이 아프면 의사에게 가서 진료를 받아라. 왜냐하면 의사도 먹고 살아야 하기 때문이다. 의사가 너를 진료하고 약을 처방해 주면 너는 그것을 약사에게 가지고 가서 약을 사라. 왜냐하면 약사도 먹고 살아야 하기 때문이다. 약사가 너에게 약을 지어 주면 너는 그 약을 먹지 마라. 왜냐하면 너도 살아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돌보는 아이 가운데 소헵이라는 6세 아이가 있다. 이 아이는 생후 6개월 때 등에 난 종기가 심해져 종기 제거 수술을 받았다. 그런데 수술하는 의사가 척추를 잘못 건드리는 바람에 아이는 하반신 마비가 됐다. 하지만 의사는 전혀 책임을 지지 않았고 아이는 지금도 하반신 마비 상태로 살아간다.

워낙 가난하게 살아서 아이에게 아무것도 해주지 못한 상태였는데 우리가 돌보기 시작했다. 휠체어 대신에 유모차를 공급해 주고 병원에 데리고 다니고 있다. 지난 여름엔 위생이 좋지 않아 엉덩이에 욕창까지 생겼는데 잘 낫지 않아 아직도 고생하고 있다.

여덟살짜리 안젤리나는 역시 약물 부작용으로 신장이 제 기능을 하지 못했다. 2008년 9월쯤 갑자기 몸의 기능이 악화돼 병원에 데리고 갔는데 숨이 가빠지면서 산소호흡기를 해야 했다. 그런데 30분 정도 지난 뒤 아이가 갑자기 죽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확인해 보니 안젤리나보다 더 급한 환자가 왔다면서 안젤리나가 썼던 산소호흡기를 떼어 다른 아이에게 씌워주었다고 했다. 그 결과 30분 만에 안젤리나가 죽었다는 것이었다. 어처구니없어 병원에 강력 항의해봤지만 소용이 없었다.

워낙 하층민이고 가난하게 사는 사람들이다 보니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었다. 나는 죽은 아이를 안고 나오면서 많이 울었다. 다음날 장례식을 치렀는데 분하고 원통해 며칠 동안 잠을 이루지 못했다. 지금도 안젤리나의 부모와 할머니를 만나면 눈물만 흘린다.

정리=신상목 기자 sm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