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 후반기의 감사원] 행정부 통제 수단인가… 아부성 알현인가
입력 2011-01-31 17:55
감사원법 제2조 1항은 감사원의 지위에 대해 ‘대통령에 소속하되, 직무에 관하여는 독립의 지위를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정권을 막론하고 감사원의 독립성 훼손 논란이 사라진 적은 없었다.
이명박 정부 들어 진행됐던 KBS 감사나 미국산 쇠고기 개방 협상 감사 때도 유사한 현상이 빚어졌다. 공기업 특별감사 때는 적발된 인사들이 대부분 참여정부 출신이어서 뒷말이 많았다. 최근 발표된 4대강 사업에 대한 감사 결과 역시 발표 지연 의혹 등 그동안의 논란을 잠재우기에는 역부족이었다는 지적이다.
참여정부 때도 별로 다르지 않았다. 쌀 직불금 특별감사에서는 청와대와 협의했다는 지적이 제기됐고, 2006년 사학 감사 역시 사학법 개정과 관련된 게 아닌가 하는 비판이 일었다. 지자체 대상 감사 때도 야당 단체장들은 표적 감사라며 반발했다.
그 중심에 감사원장이 있다. 감사원법에 따르면 감사원장의 임기는 4년으로 보장돼 있으나 제대로 임기를 마치지 못한 경우가 훨씬 많다. 1963년 3월 이원엽 초대 감사원장 임명 후 제21대 감사원장을 지낸 김황식 현 국무총리까지 제 임기를 끝낸 감사원장은 7명에 불과하다.
일부 감사원장은 권력의 의지에 따라 밀려나다시피 임기를 채우지 못한 반면 일부는 총리로 영전하거나 정치권으로 진출했다. 감사원장이 독립적인 권한을 행사했다고 기억되기보다 대통령의 뜻에 따라 움직인 사람으로 인식되는 경우가 지배적인 이유다.
이문옥 전 감사관 등 상당수 감사원 출신 인사들은 감사원장의 대통령에 대한 수시보고가 독립성 훼손의 결정적 이유라고 지적한다. 이 전 감사관은 “역대 감사원장들이 총리로 간 사례가 많은데 상당수 원장이 대통령 눈에 들어 총리로 가기 위해 수시보고를 좋아했다”며 “총리 되고 싶은 감사원장이 행정부를 제대로 감사할 수 있었겠느냐”고 주장했다.
실제 감사원의 수시보고는 대통령이 행정부를 통제하는 대표적인 수단으로 꼽힌다. 주요 감사 사항에 대해 감사원장으로부터 독대 보고를 받으며 대통령은 공직 전반의 문제를 파악하고, 주요 현안의 추진 상황을 점검했기 때문이다.
독대로 이뤄지는 수시보고 특성상 대통령과 감사원장은 국정철학을 공유하는 각별한 관계가 될 가능성이 높다. 감사원장이 후임 총리로 가는 경우가 많은 것도 이 때문이다. 한나라당 내부에서 반대 목소리가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이명박 대통령이 측근을 감사원장으로 내정했던 것 역시 같은 맥락이다. 임기가 2년여 남은 상황에서 뜻이 통하는, 각별한 사람을 원했기 때문이라는 얘기다.
감사원 사무총장을 역임한 A씨는 수시보고에 대해 “한승헌 전 감사원장 때부터 두 달에 한 번 정도 몇 가지 사안을 모아서 한꺼번에 보고했던 것 같다”며 “이회창 전 감사원장 때도 한 달에 두 번 정도 (수시보고)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2년간(2008년 9월∼2010년 9월) 감사원장으로 재임했던 김황식 총리는 이 기간 61건, 참여정부 때부터 감사원장을 지낸 전윤철 조선대 석좌교수는 재임 시절(2003년 11월∼2008년 5월) 23건의 감사 사안을 수시보고했다.
하지만 감사원장의 수시보고를 문제시할 필요는 없다는 시각도 있다. 대통령에 소속된 기관으로서 대통령에게 판단할 자료를 제공한다는 차원인 만큼 형식의 차이일 뿐 서면보고와 다를 게 없다는 설명이다.
특별기획팀=정승훈 김지방 정동권 기자 shj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