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우리 영화보러 가요”… 황금 연휴, 가족이 함께 볼 만한 작품 어떤게 있나

입력 2011-01-31 15:08


명절 연휴는 전통적으로 영화업계엔 대목. 올해 설에도 많은 기대작들이 기다리고 있다. 아이들이 볼 수 있는 등급의 영화를 포함해 가족·연인과 함께 볼 만한 작품들이 풍부하다. 최근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와 국내 화제작 등 많은 영화가 한꺼번에 개봉됐다.

◇온 가족 함께 볼만한 할리우드 대작들=연휴 직전 막을 올린 외화로 미셸 공드리 감독의 ‘그린 호넷’과 롭 레터맨 감독의 ‘걸리버 여행기’가 단연 눈길을 끈다. ‘그린 호넷’은 언론사 사주의 아들인 사고뭉치 브릿 레이드(세스 로건)가 친구 케이토(저우제룬)와 르노어(캐머런 디아즈)를 만나 얼떨결에 범죄조직과 부패한 정치인들을 척결하는 이야기. 코미디와 액션, 볼거리가 적절히 어우러진 블록버스터다. 영화 ‘말할 수 없는 비밀’로 국내에도 잘 알려진 저우제룬이 이번엔 무술 천재로 변신했는데, 세스 로건의 코믹 연기와 어우러져 자못 빛이 난다.

거인 걸리버와 소인국이 3D 영화로 재현된다는 소식으로 많은 팬들의 기대를 불러일으켰던 ‘걸리버 여행기’도 지난 27일 개봉했다. 전설 속 걸리버는 21세기 뉴욕 맨해튼의 한 대형 신문사에서 우편배달원으로 일하는 현실의 인물이 되었다. 신문사 여기자를 짝사랑하던 걸리버는 엉겁결에 여행기자를 지원하고, 첫 출장으로 버뮤다 삼각지대에 가게 된다. 보트를 몰 줄도 몰라 표류하다 소인국 ‘릴리풋’에 도착한 걸리버.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펼쳐지는 릴리풋은 환상 속 세계다. 중세의 성채와 바다, 동화 속 공주에 악당 약혼자와 전쟁까지 등장했으니 갖출 수 있는 구색은 다 갖춘 셈. 서사나 코믹 요소가 그리 탄탄하다고 할 순 없으나, 연휴 기간 온 가족이 다 함께 볼 수 있는 선택으로 이만한 것을 찾기도 쉽지 않을 듯하다.

지난달 13일 개봉한 드림웍스의 애니메이션 ‘메가마인드’도 빼놓을 수 없다. 악당인 메가마인드가 영웅 ‘메트로맨’을 물리친 뒤 권태로워하다 스스로 영웅을 만든다는 게 큰 줄거리. 푸르뎅뎅하고 머리가 큰 메가마인드의 외모도 자꾸 보면 정이 간다. 코미디와 드라마가 적절히 어우러진 데다 영웅과 반(反)영웅의 역할 전복이 식상하지 않아 재미있다.

◇한국 영화는 스타 감독 3파전=국내 영화로는 비슷한 시기에 개봉한 ‘조선명탐정-각시투구꽃의 비밀’, ‘평양성’, ‘글러브’가 흥행 경쟁을 벌이고 있다. ‘조선명탐정-각시투구꽃의 비밀’은 18세기 조선의 공납 관행을 둘러싸고 음모와 비리가 소용돌이치는 상황에서 명탐정(김명민)이 왕의 밀명을 받아 사건을 파헤치는 줄거리를 담았다. 신원미상의 명탐정은 정조의 측근 정약용으로 보인다. ‘극 중 상황이 노무현 전 대통령을 연상케 한다’는 감상이 주를 이루면서 설 연휴 개봉작을 기다려온 영화팬들에게 핫이슈로 떠올랐다.

2003년 ‘황산벌’을 재미있게 본 관객이라면 ‘평양성’도 놓치지 말 것. 이준익 감독이 무려 8년 만에 제작한 속편이다. 백제를 멸망시키고 고구려까지 정복하려는 야욕을 품은 나당 연합군이 평양성을 친다. 평양성의 공식 주인 보장왕이 목소리를 내지 못하던 상황에서 대막리지 연개소문이 급서하는 것으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실권을 두고 다투던 연개소문의 아들들이 분열하고 젊은 연남건이 실권을 잡지만, 백전노장 김유신의 노회한 정치놀음을 당해내긴 어렵다. 역사에 상상력을 얹고 코미디를 가미했으나 아무래도 ‘황산벌’의 ‘거시기’가 주었던 웃음을 뛰어넘기엔 다소 힘이 부치다.

강우석 감독의 첫 휴먼코미디 ‘글러브’는 청각장애인으로만 구성된 충주성심학교 야구부 학생들의 눈물겨운 첫 승 도전기를 그렸다. 강 감독으로선 드물게 전체관람가에 해당하는 작품을 내놓은 셈. 학생들의 코치이자 프로야구 선수로 등장한 정재영은 극을 이끌기에 부족함이 없고, 청각장애인으로 나온 신인배우들의 활약도 인상적이다.

◇로맨스 영화도 풍성=멜로 영화를 보고 싶은 관객에게도 선택지는 풍부하다. 그 중에서도 루카 구아다니노 감독이 연출한 이탈리아 영화 ‘아이 엠 러브’는 절대 후회하지 않을 선택. 가족과 세상의 규율 때문에 자신의 인생을 상실한 한 여성이 치명적인 사랑을 만나는 이야기다.세련된 연출에 주연 틸다 스윈튼의 열연이 어우러져 고혹적인 작품이 되었다.

‘환상의 그대’는 인생의 쓴맛을 유머로 풀어내며 사랑과 인생을 진지하게 성찰한 감각이 돋보인다. 거장 우디 앨런 작품. 안토니오 반데라스, 나오미 왓츠, 앤서니 홉킨스 등 스타들이 출연했다. 앤 해서웨이와 제이크 질레할 주연의 ‘러브 앤 드럭스’는 파킨슨씨병에 걸린 연인의 곁을 지키는 한 남자의 감동적인 사랑이야기라는 줄기에다 미국 제약업계의 불합리한 관행을 얹은 영리한 영화다. 이 외에도 지난해 연말 개봉한 뒤 장기흥행을 이어가고 있는 ‘헬로우 고스트’, ‘라스트 갓파더’ 등이 아직 상영 중. 집에만 있기엔 아까운 연휴다.

양진영 기자 hans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