척추성근위축증 딛고 서울대 경제학부 졸업, 남윤광씨 돕기 불 붙었다
입력 2011-01-30 19:09
24시간 옆에서 돌봐야 생활 ‘다음’ 모금 청원 서명 운동
“거칠고 투박한 길을 어렵게, 어렵게 지나왔다는 느낌입니다. 남은 길도 이만큼이나 험난하겠지요. 저에겐 그 길 위해 서보겠다는 것 자체가 크나큰 도전일 수 있습니다. 그 도전에 많은 분들의 관심과 격려, 응원을 부탁드려봅니다.”
지난여름 서울대 경제학부를 졸업한 남윤광(27)씨가 지난해 11월 21일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글이다. 남씨는 태어나서 한 번도 걸어본 적이 없다. 척추성근위축증을 앓고 있기 때문이다. 이 병은 온몸의 근육이 천천히 마비되고, 근육이 말라붙으면서 힘을 쓰지 못하게 되는 병이다.
자라면서 장애는 더 심해져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는 움직일 수 없게 됐다. 하지만 2003년 그는 서울대 경제학부에 장애인특별전형으로 입학했다. 어머니의 희생 덕분이었다. 어머니는 남씨를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며 보살폈다.
그러나 어머니는 2006년 대장암으로 돌아가셨다. 남씨의 아버지는 일을 그만뒀다. 침대에 누워서도 한 시간마다 자세를 교정해줘야 하는 그를 돌보기 위해서다. 세 번의 척추수술에도 건강은 나아지지 않았지만 학업을 포기하지 않았다. 그리고 지난해 8월 드디어 학사모를 썼다. 그는 경제학과 사회복지학을 복수전공하는 열정을 가진 학생이었다.
대학원 진학을 포기한 남씨는 3개월간 ‘한벗둥지’라는 장애인보호시설에 있었지만 전담직원이 모자란 탓에 다시 집으로 돌아와야 했다. 이런 남씨의 사연이 알려지자 사회복지단체 등을 통해 모금이 시작됐다. 하지만 전담 도우미를 마련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했다. 남씨는 현재 잠잘 때 숨쉬는 것도 불편해 산소호흡기를 착용해야 한다. 24시간 곁에서 도와줄 사람이 필요하다.
이 같은 딱한 사연은 남씨가 블로그에 올린 글 등을 통해 뒤늦게 세상에 조금씩 알려지기 시작했다.
지난 25일 남씨를 돕기 위해 인터넷 포털 사이트 다음 아고라에서 ‘모금 청원 500명 서명 운동’이 시작됐다. 남씨를 돕기 위해 서울대생도 학생 커뮤니티 ‘스누라이프’를 통해 팔을 걷어붙였다. 다음 아고라에는 이날 현재 목표인원 500명 중 200여명이 서명했다. 500명이 서명하면 다음에서 심사해 후원하고 온라인 모금이 시작된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