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남자 가져, 말아? 솔직한 여성들의 냉정한 평가… 케이블 시청률 1위 tvN ‘러브스위치’

입력 2011-01-30 18:52


평소 여자 앞에서 당당하던 남자들도 tvN ‘러브스위치’의 반원형 스튜디오에 들어서면 얼굴에 식은땀이 흐르고, 입술이 바짝바짝 마르기 시작한다. 100억원대 자산가, 얼짱 의사, 유능한 대기업 사원 등 많은 ‘훈남’들이 긴장한 탓에 말이 헛나오고 부자연스런 웃음이 나오는 ‘굴욕’을 당한다. 싱글녀 30명이 1명의 남자를 세워두고 “입술이 두껍다” “옷이 구리다” 등 꼼꼼하고 집요하게 지적하는데, 어찌 이를 견딜 수 있을까.

지난해 3월 시작한 tvN ‘러브스위치’(월 밤 12시)는 요즘 여성과 남성의 선호도를 적나라하게 드러내며 케이블TV 채널 중에 시청률 1위를 수성하고 있다. 화교 출신 수의사 고대량이 출연한 22회는 시청률이 최고 3%까지 올랐다. 남자는 결점이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여자는 숨겨온 속물근성을 보여줘야하기 때문에 출연을 꺼릴 법도 한데 출연을 신청한 남자는 1176명, 여자는 2745명에 달할 정도로 반응이 폭발적이다.

이 프로그램을 연출하는 황의철 PD는 인기 비결에 대해 “남자와 여자를 연결시켜주는 연애 프로그램의 형식을 갖고는 있지만 프로그램의 재미는 공감에 있다. 남자가 생각하는 여자, 여자가 생각하는 남자에 대한 요즘의 트렌드가 거침없이 드러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프로그램 형식은 즉각적인 여론조사를 연상시킨다. 여성 출연자 30명은 스위치를 켠 채 시작한다. 남성 출연자가 무대에 오르면 여성 출연자들은 그의 외모, 스타일 등 겉모습만 보고 선택을 한다. “콧수염이 있다” “운동화가 바지랑 어울리지 않는다”는 이유로 불이 꺼지곤 한다. 2차 검증에서는 남자의 직업, 가치관, 생활 습관 등이 소개된다. 사전 제작된 남자의 인터뷰가 재생되면서 다시 한번 ‘스위치 전쟁’이 일어난다. 마지막 3차에서는 남성 출연자의 최후의 변론을 듣는다. 3차 검증까지 끝난 후에, 남성 출연자가 사전에 이상형으로 찍어놓은 여성 출연자의 불이 켜져 있다면 커플은 성사되는 것이다.

남성의 조건이 하나씩 벗겨질 때마다 여성 출연자들의 스위치가 즉각 반응하기 때문에 여성들의 선호도를 즉각 알 수 있다. “군대를 아직 안 다녀왔다” “졸업을 앞둔 대학생이다”와 같은 조건이 밝혀지면 스위치는 가차없이 꺼진다. “카드 주는 남자가 이상형이다” “아이가 없다면 ‘돌싱’(이혼남)도 괜찮다”는 파격 발언도 이어진다.

하지만 과거부터 굳어진 남녀의 가치관이 그대로 드러나기도 한다. 지금까지 남성 출연자가 사전에 찍은 이상형 여성들은 늘씬한 ‘청순녀’가 대세였다. 여성들은 남성 출연자의 ‘스펙’이 뛰어나면 스위치를 잘 끄지 않았다.

오는 21일로 50회를 맞는 ‘러브스위치’는 변화를 모색 중이다. 지난 17일 방송된 것처럼 여성 출연자를 여대생으로 꾸미는 식의 새로운 기획도 그런 시도다. 초콜릿 복근을 가진 남성을 출연시킬 ‘발렌타인 특집’과 모두가 부러워하는 배경을 가진 ‘상위 1% 남자’ 편도 방송을 앞두고 있다.

이선희 기자 su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