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의경 가혹행위 상상초월… 부모 욕까지 강요

입력 2011-01-30 18:57


전국의 신임 전·의경들로부터 구타·가혹행위 피해 신고를 받아 조사 중인 경찰청은 설 전까지 가해자 형사입건과 관련자 징계를 마무리할 방침이라고 30일 밝혔다. 조사 결과에 따라 많게는 수천명까지 형사처벌이나 징계를 받을 수 있다. 심지어 일부 부대는 해체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휴일인 30일에도 지방청별로 관련자 심문을 진행한 경찰청은 31일까지 1차 조사를 마칠 계획이다. 지난 26∼27일 전입 6개월 이하 전·의경 4581명 중 전체의 8%인 365명이 피해를 신고했다. 이 중 138명이 구타, 227명은 가혹행위나 언어폭력을 당했다고 진술했다. 구타·가혹행위는 피해자(후임) 1명에 가해자(선임)가 여럿인 경우가 많아 이번 일제 조사를 통해 밝혀지는 가해자는 수백∼수천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경찰은 “이번만큼은 그냥 넘어가지 않겠다”며 전역자라도 심각한 위법 행위가 발견되면 처벌할 방침이다. 장전배 경찰청 경비국장은 “조사 과정에서 전입 6개월 이하 이경뿐 아니라 일경들의 피해 사례도 나오고 있다”며 “이것 역시 샅샅이 파헤쳐 조치하겠다”고 말했다.

그동안 경찰은 2001년 569건이던 구타·가혹행위 적발 건수가 지난해 69건으로 현저히 줄었음을 강조했다.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는 게 이번 조사를 통해 밝혀졌다. 구체적인 피해 사례를 밝히지 않은 채 “상담을 원합니다”라고만 쓴 신고서도 많아 피해 내용이 그동안 알려진 유형보다 심한 경우도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2년간 국가인권위원회에 접수된 전·의경 구타·가혹행위 관련 진정 내용을 보면 상습 폭행과 성희롱은 물론 부모 욕을 하라고 강요한 경우까지 있었다. 지난해 1월 인권위에 진정한 전경 A씨는 경북의 한 경찰서에 전입온 뒤 일을 잘 못한다는 이유로 선임에게 “제 아버지는 ×××입니다, 제 어머니는 OOO입니다”라고 말하도록 강요당했다고 진술했다. A씨는 선임의 구타로 갈비뼈가 부러지고 비장이 터졌다. 다른 경찰서 의경 B씨는 2009년 4월 식판을 못 닦는다는 이유로 “니 부모는 ×다”라는 말을 듣는 등 구타와 가혹행위에 시달린 끝에 우울증 치료를 받았다며 인권위에 진정했다.

무더기 처벌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앞두고 일선 부대는 두려움에 떨고 있다. 서울 혜화경찰서의 한 수경은 “다들 몸조심을 하려고 애쓴다”며 “그저 전역할 때까지 조용히 있다 나가자는 생각뿐”이라고 말했다.

천지우 기자 mogu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