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어디로 가나] 親美 무바라크 버릴까 안고 갈까… 오바마 ‘딜레마’

입력 2011-01-30 21:20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호스니 무바라크 이집트 대통령을 어떻게 할까.

미국은 고심 중이다. 연일 백악관은 안보회의를 소집해 이집트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그런데 기계적으로 중립적 입장을 보였던 미 정부가 주말을 넘기며 미묘한 변화를 보이고 있다. 무바라크 대통령에게 보다 큰 폭의 정치적 개혁을 압박하는 쪽으로 무게 중심이 이동하고 있는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28일(현지시간)에 이어 29일에도 백악관에서 이집트 사태 관련 회의를 가졌다. 참석자는 조 바이든 부통령, 톰 도닐런 국가안보보좌관, 윌리엄 데일리 백악관 비서실장, 로버트 기브스 백악관 대변인, 데이비드 플루프 선임고문 등이다. 국가안보 정책에 관한 최고위급 회의다.

백악관은 회의 뒤 성명을 통해 “오바마 대통령은 폭력에 반대하고 자제를 촉구하며, 보편적 권리를 지지하고, 이집트의 정치개혁을 진전시키는 구체적 조치들을 지지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거듭 말했다”고 발표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전날에도 국가안보회의(NSC)를 소집했었다. 또 무바라크 대통령과 전화통화를 갖고 반정부 소요사태 해결을 위한 정치개혁을 촉구했었다.

이집트의 반정부 시위가 계속되면서 오바마 대통령은 “이집트 국민들의 권리 편에 설 것”이라면서 반정부 시위대에 대한 유혈 진압을 해서는 안 된다는 메시지를 분명히 전달했다. 행정부는 연간 15억 달러의 이집트 원조도 재검토할 수 있다는 구체적인 압박 카드도 내밀었다. 반정부 세력의 요구를 수용하라는 뜻으로 해석된다.

오바마 대통령의 고민은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과연 무바라크 대통령을 포기할 것인가. 로버트 기브스 백악관 대변인도 ‘무바라크 체제를 지지하느냐’는 질문에 정확하게 답변하지 않았다. 친(親)미국 노선을 걸었던 그를 포기할 경우 이후 이집트가 어디로 갈지 불명확하기 때문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집트 국민의 편에 설 것”이라는 언급을 했었다.

하지만 무바라크 정권이 무너질 경우 중동 지역에서 급진 무슬림 세력에 대한 강력한 차단막이 없어지는 결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일부에서는 급진 이슬람 세력이 이집트를 장악할 수도 있다는 예상을 하고 있다. 미국으로서는 절대 받아들일 수 없는 시나리오다.

오바마 대통령의 압박은 무바라크 대통령이 주도하는 정치개혁, 또는 그가 물러나더라도 친미세력으로 정권을 유지시키기 위한 것이다. 무바라크 대통령이 오바마 대통령과 전화통화를 한 뒤, 2인자를 두지 않기 위해 30여년 동안 공석이었던 부통령에 친미인사이자 정보기관 최고 책임자인 오마르 술래이만을 임명한 것은 상당한 의미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 언론들도 무바라크 대통령에 대한 미 정부의 지원에 찬반이 엇갈리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29일자 사설에서 “무바라크 대통령에게 개혁을 촉구할 게 아니라 야당 세력에 의한 평화적 정권교체를 준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로스앤젤레스타임스(LAT)는 “무바라크 대통령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평화를 위한 중개 역할을 하고 있다”며 그를 지원해야 한다고 밝혔다.

워싱턴=김명호 특파원 m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