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수사결과 발표] 金회장, 차명회사 빚 3500억 계열사 돈으로 갚아

입력 2011-01-30 21:58


불구속 기소된 김승연(58) 한화그룹 회장은 업무상 배임, 횡령, 양도소득세 포탈, 공정거래법 위반 등 4가지 혐의를 받고 있다. 이 사건의 핵심인 홍동옥(62) 전 한화그룹 재무총책임자(CFO)는 김 회장의 집사 역할을 하며 업무상 배임 등을 도왔다고 검찰은 밝혔다.

◇김승연 회장 등의 혐의는=검찰에 따르면 김 회장은 1997~2006년 자신과 어머니가 지분을 모두 차명으로 보유한 한유통, 웰롭, 부평판지 등 회사 3곳의 채무 3500억여원을 한화종합화학 등 계열사 자금으로 갚았다. 또 2003년 말 현재 부채 1732억원이던 한유통에 계열사 한화유통 등이 연결자금을 제공하거나 지급보증을 서도록 해 2006년까지 3768억5000만원을 지원했다. 부채가 각각 약 351억원, 920억원이던 부평판지와 웰롭에는 비슷한 기간 5241억원을 연결자금으로 제공했다.

김 회장은 2005년 계열사가 보유한 동일석유와 한화S&C의 주식을 세 아들과 누나에게 헐값에 팔아 회사에 1041억원 상당의 손해를 끼친 혐의도 받고 있다. 검찰은 이를 경영권 승계 수단으로 보고 있다. ㈜한화가 보유한 한화S&C의 주식은 적정가격의 45분의 1도 안 되는 가격에 장남 동관씨에게 넘겼다는 것이다.

가장 깊숙이 개입한 사람은 홍 전 CFO 등 ‘장교동팀’으로 불리는 그룹 경영기획실 재무팀 소속 회계2파트 직원들이었다. 이들은 김 회장 일가의 재산관리 업무를 전담했다.

홍 전 CFO는 장교동팀을 진두지휘하면서 한화그룹 전·현직 임직원을 김 회장 일가 소유 회사의 차명 주주나 임원으로 내세우고 거래처 관리, 재무상태 등 주요 경영상 의사결정을 지시했다. 홍 전 CFO는 한화그룹 계열사가 김 회장 일가의 차명 소유 회사에 각종 방법으로 자금을 대거나 김 회장 가족에게 주식을 싸게 파는 부분에도 깊숙이 개입했다.

김현중(60) 한화건설 대표는 2006년 김 회장의 차명 소유 회사 한유통이 서울과 부산 등지에 보유한 부동산을 시세보다 695억원 비싸게 사들인 혐의를 받고 있다. 한유통이 양도차익으로 자금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한화국토개발 대표이사였던 김관수(59) 한화이글스 대표와 허원준(64) 전 한화석유화학 대표는 회사 소유 부동산이나 주식을 김 회장의 차명 소유 회사에 싸게 넘겨 각각 1400억원, 272억원의 손해를 회사에 입혔다.

◇차명 비리와의 싸움, 수사는 어떻게 진행됐나=한화그룹 비자금 조성 의혹 수사는 한화증권 퇴직자가 차명계좌 5개를 금융감독원에 제시하면서 시작됐다. 지난해 8월 27일 수사에 착수한 서울서부지검 형사5부는 한화그룹 경영기획실 재무팀을 압수수색해 차명계좌를 추가로 발견하고, 김 회장과 가족이 차명으로 소유한 회사들로부터 자금이 흘러들어온 정황을 포착했다.

검찰이 적발한 차명계좌는 382개, 차명 소유 회사는 13곳에 이른다. 검찰은 이번 수사를 진행하며 관련자 321명을 소환 조사하고 압수수색 13회, 금융계좌 추적 19회 등 전방위 수사를 펼쳤다.

서울서부지검 봉욱 차장검사는 “이번 수사는 차명 비리와의 싸움이었다”며 “수사 과정에서 한화 측 수사방해로 어려움이 많았는데 사법방해를 방지할 수 있도록 제도가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강창욱 이용상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