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긴장 속 비행기서 점프, “내가 해냈다” 환호… 미국 유일 공수훈련 학교를 가다

입력 2011-01-30 18:16

24일 낮, 미국 유일의 공수훈련학교(Airborne School)가 있는 조지아주 포트베닝(Fort Benning)의 507공수연대. 오늘은 고된 공수훈련 중 마지막 3주차 일정. 몰릭 일병을 포함해 함께 비행기에서 뛰어내릴 30명 교육생의 굳게 다문 일자형 입과 경직된 자세 때문에 대기 막사는 공기가 팽팽했다. 지난 이틀 동안 두 번(집단·개별 점프) 뛰어내렸지만 수송기에 오르기 직전의 긴장감은 여전하다.

잠시 후 대기 막사 밖. 이들을 싣고 갈 C-130 수송기가 프로펠러 굉음을 내면서 계류장으로 다가왔다. 교관의 구호에 따라 벌떡 일어난 공수 교육생 30명은 하늘에서 이들을 토해낼 C-130으로 빠르게 뛰어갔다.

30여분 뒤, 5㎞쯤 떨어진 낙하지역(Drop Zone). C-130 뒤꽁무니가 열리면서 30명이 1초 간격으로 떨어진다. 지상에서는 마치 30송이 꽃이 떨어지는 것처럼 보인다. 몸무게와 풍속에 따라 다르지만 지상까지 45초에서 1분30초 정도 걸린다. 비행기에서 몸을 던질 때 1초라도 지체하면 낙하 지역에서 2∼3㎞ 벗어날 수도 있다.

몰릭 일병의 낙하지점은 집합 장소에서 2㎞쯤 떨어진 곳. 자신의 상반신 크기만한 낙하 장비를 메고 뛰어 들어온 그는 힘차게 무사 귀환을 신고한다. “정말 기쁘다. 나는 완벽하게 해냈다.” 비행기를 타기 전 긴장했던 모습과는 전혀 딴판이다.

포트베닝의 공수 훈련은 고되기로 이름이 나 있다. 첫째주는 지상 훈련, 둘째주는 타워 훈련, 셋째주는 실제 강하 훈련이다.





타워 훈련에서는 인간이 공포감을 최대로 느끼기 시작한다는 11m 높이의 모형탑인 ‘막타워’(Mock Tower)에서 낙하장비를 갖추고 쇠줄에 매달린 채 떨어진다. 교육생들은 뛰어내리면서 ‘one thousand feet, two thousand feet∼’를 외친다. 이어 고개를 들어 낙하산이 펴졌는지를 쳐다보고, 비상시를 대비해 가슴에서 보조낙하산을 펼치는 동작을 하며, 상하좌우를 검사하고, 착지 준비를 한다. 10여초 이어지는 모의훈련을 수십 차례 한다.

그 옆에서는 다른 그룹이 교관 구호에 따라 공중에서의 동작을 끊임없이 반복했다. 머리로 암기하기보다는 마치 근육 자체가 무의식적으로 기억하도록 만드는 과정 같았다.

실제로 낙하산이 공중에서 펴진 상태에서 교육생을 매달고 75m 높이의 타워에서 그대로 떨어뜨리는 훈련도 있다. 실제 상황과 똑같은 착지 훈련으로, 최소한 1번 이상을 해야 한다. 82공수사단으로 이라크전에 참전했던 훈련 교관 앤드루 월커 대위는 “많은 교육생이 75m에서 낙하산이 펴진 상태로 떨어지는 걸 가장 공포스럽게 느낀다”고 말했다. 훈련장에는 75m 타워가 4개 설치돼 있다.

공수 교육생들의 하루는 새벽 5시30분에 시작된다. 이날 새벽의 체감온도는 바람까지 불어 영하 4∼5도다. 반바지 차림의 교육생들은 인공조명이 환하게 켜진 연병장에서 ‘뉴PT’(physical training) 체조를 한다. 실제 시가전 같은 상황에서 보다 유용하게 적용할 수 있도록 기존의 PT체조에 다양한 자세를 가미한 것이다.

공수학교에는 일정한 자격을 갖춘 현역 장교나 병사들이 한 해 1만8000명씩 들어온다. 이 중 6000명이 공수부대로 차출되거나 아프가니스탄 같은 전쟁터로 향한다. 포트베닝에서는 한국이나 유럽국 등 동맹국 군인도 한 해 수백명씩 교육을 받는다. 특히 미군 내 네이비실 같은 해군과 공군 특수부대원들과 중앙정보국(CIA) 연방수사국(FBI) 경찰특공대(SWAT) 요원들도 이곳을 거쳐 간다.

수년전 한국에서도 인기를 끈 2차 세계대전 TV드라마 ‘밴드 오브 브러더스’(Band of Brothers)에서 노르망디에 투하되는 101공수사단도 포트베닝에서 훈련을 마친 낙하산병을 주축으로 창설한 부대다.

포트베닝 기지는 어떤 곳

포트베닝은 한국군과도 친숙한 곳이다. 1950년대 1400여명의 한국군 장교들이 이곳 보병학교에서 훈련을 받으며 선진 군사기술을 익혔다. 이들이 한국군의 근간을 이룬 것이다. 이후에도 매년 교육생들이 들어오고 있다. 전체적으로 매년 평균 11만6000명이 신병, 공수, 레인저, 초급 및 고급장교, 부사관 훈련 등 17개 분야로 나눠 훈련받고 있다.

조지아주(93%)와 앨라배마주(7%)에 걸쳐 18만2000에이커(736.5㎢)에 이르는 이 기지는 미국 전체에서 세 번째로 많은 병력을 보유하고 있다. 포트베닝의 구호는 ‘나를 따르라’(Follow Me)이다. 미 보병의 상징처럼 된 구호다.

12만명이 넘는 군인과 가족, 관련 민간인이 포트베닝 때문에 거주하고 있어 인근 컬럼버스 지역 경제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올 하반기 8만2000에이커를 더 넓히는 기지 확장 사업이 시작된다.

포트베닝=글·사진 김명호 특파원 m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