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추리클럽 ‘캡틴 박’ 태극마크 반납

입력 2011-01-31 01:08

‘아시아판 유로’로 불리는 제15회 아시안컵 축구대회가 30일(한국시간) 일본의 통산 4회 우승으로 막을 내렸다. 51년 만에 ‘왕의 귀환’을 노린 한국은 비록 3위에 그쳤지만 정교한 패스축구와 성공적인 세대교체로 2014년 브라질 월드컵에 청신호를 밝혔다. 30일 오후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한 ‘조광래호’는 내달 9일 거스 히딩크 감독이 이끄는 터키대표팀과의 평가전(터키 트라브존)을 앞두고 다시 닻을 올린다.

◇캡틴 박의 아름다운 퇴장=박지성(30·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은 2000년 4월5일 동대문운동장에서 열린 라오스와의 아시안컵 예선전을 통해 A매치 데뷔전을 소화했다. 그리고 2011년 1월25일 일본과의 아시안컵 4강전에서 대망의 센추리클럽(A매치 100경기 출장)에 가입했다. 2000년대 한국축구의 모든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박지성이 이제 태극마크와의 작별을 고한다. 박지성은 31일 오전 11시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대표팀 은퇴를 공식적으로 밝힐 예정이다. 박지성은 이 자리에서 고질적인 무릎 부상 등으로 장거리 소집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들어 대표팀에서 은퇴할 수밖에 없다고 밝힐 것으로 알려졌다. 조광래 대표팀 감독은 귀국 기자회견에서 “지도자로서 아쉽지만 선수가 아름답게 떠나는 것도 의미가 있다. 열심히 노력해준 박지성 선수에게 고맙다”고 말했다.

◇구자철의 재발견=이번 대회를 앞두고 그 누구도 구자철의 눈부신 활약을 예상하지 못했다. 구자철은 자신의 아시안컵 데뷔 무대인 이번 대회에서 5골, 3도움을 기록해 2개 부문에서 모두 단독 1위를 차지했다. 득점 1위에게만 공식 시상을 하는 바람에 득점왕만 차지한 구자철은 부상으로 상금 1만 달러와 카메라 1대를 받았다. 한국 선수가 아시안컵 득점왕에 오른 것은 1960년 조윤옥,1980년 최순호,1988년 이태호,2000년 이동국에 이어 구자철이 다섯 번째다. 구자철은 이번 대회의 활약을 앞세워 독일 분데스리가 진출을 눈앞에 두고 있다. 한국행 대신 독일로 향한 구자철은 분데스리가 볼프스부르크, 슈투트가르트 등과 협상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내 조국은 둘이다=30일 일본과 호주의 결승전이 치러진 카타르 도하의 칼리파 스타디움. 전후반 90분 동안 무득점에 그친 일본과 호주는 피를 말리는 연장전 승부에 들어갔다. 승부에 종지부를 찍은 선수가 바로 재일교포 4세 이충성(26·일본명 다다나리 리)이다. 이충성은 2004년 한국 U-18 대표팀에 소집된 적이 있다. 하지만 당시 한국 선수도 일본 선수도 아닌 ‘반쪽 선수’로 대접받으며 제대로 기회를 잡지 못했다. 결국 2007년 고심 끝에 일본으로 귀화한 이충성은 이번 대회를 앞두고 일본대표팀에 처음 호출했다. 이충성은 이날 연장 후반 4분 A매치 두 번째 경기 만에 데뷔골이자 일본의 아시안컵 통산 네 번째 우승으로 이끈 천금같은 결승골을 터뜨리며 그동안의 한을 날려버렸다.

김준동 기자 jd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