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 선교사 활동 강영식 목사 “은퇴 5년 전부터 새 삶 준비를 기득권 잊고 뒤 돌아보지 말라”

입력 2011-01-30 17:54


경남 창원시 가음정교회 원로인 강영식(69·사진) 목사는 ‘준비된’ 캄보디아 선교사다. 현재 캄보디아국립대에서 언어연수 과정을 밟고 있다. 비행기 티켓 만료 때문에 8개월여 만에 일시 귀국한 강 목사는 다음 달 캄보디아로 돌아가면 언어 과정을 마무리하고, 여성 쉼터 사역을 펼칠 계획이다.

강 목사는 얼마 전 월 250달러에 3층짜리 집을 구했다. 그 전엔 30분 이상 모토택시를 타고 매연을 뒤집어쓴 채 학교를 다녔는데, 지금은 걸어서 통학한다. 집을 옮기고 보니 캄보디아 여성들의 고단한 삶이 눈에 들어왔다. 집 앞에는 현지 여성들이 일하는 봉제공장들이 즐비하다. 휴식 시간에 거리로 나와 쪼그리고 앉아 쉼을 청하는 여성들을 보면서 강 목사는 쉼터를 생각했다. 1·2층에 책과 음료가 있는 여성 노동자들을 위한 공간을 열려고 한다.

강 목사는 9년 전부터 은퇴를 준비했다. 가장 중요한 게 후임자를 찾는 일. 좋은 성품에다 이왕이면 영어를 잘하고, 박사학위를 지녔고, 글도 잘 썼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현 제인호 목사는 2005년 교회의 지원을 받아 도미, 리버티신학대학원에서 목회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서울대 출신의 제 목사는 예장 고신 총회교육위원회 간사로 있으면서 교사와 교회학교 교재 및 큐티 책자를 개발했다.

후임자도 정해졌고, 이제 강 목사만 은퇴 후 ‘길’을 정하면 됐다. ‘내가 가장 잘할 수 있는 게 뭘까?’를 고민하던 강 목사는 자신을 돌아봤다. 1995년부터 미전도종족을 입양해 아름다운 선교의 열매를 거뒀고, 안식년이던 96년 2월에는 선교학 박사학위도 취득했다. 창원에서 서울 부암동을 오가며 6개월 동안 한국대학생선교회에서 간사훈련도 받았다. 또 아들과 딸을 각각 중동과 태국의 선교사로 파송했다. 평생 선교에 열정을 쏟았다.

2000년대 중반, 캄보디아 선교 현장을 방문했다. 이후 현지인들의 환한 웃음이 잊혀지지 않았다. 한국에 대한 인상도 좋아 복음전파도 용이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러자 마음은 어느새 캄보디아에 가 있었다. 하루라도 일찍 떠나고 싶었다. 지난해 2월 강 목사는 3년 일찍 은퇴했다.

“며칠 전 은퇴 목사님들을 만났어요. 그런데 ‘섭섭병’에 걸린 목사님들이 많데요. 은퇴하면 뒤돌아볼 필요가 없어요. 제발 기득권을 버리세요.” 강 목사는 “적어도 5년 전부터 은퇴 이후의 삶을 준비해야 한다”며 “목표를 갖고 나아갈 때 분명 하나님께서 일감을 주신다”고 강조했다.

노희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