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초적 색채와 어우러진 극한의 몸짓… 태양의 서커스 ‘바레카이’

입력 2011-01-30 21:48


세계 최고이 공연 제작사 태양의 서커스(Cirque du Soleil)의 ‘바레카이’는 2002년 초연해 12개국에서 600만 관객을 모았다. 지난 20일부터 대만에서 아시아투어를 시작한 바레카이 공연을 4월 한국 공연을 앞두고 지난 25일 타이베이 현지에서 미리 관람했다.

‘바레카이’는 21세기에도 서커스라는 장르가 관객에게 호소력이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인체를 극한으로 활용해 만들어내는 원초적 아름다움은 어떤 영화의 컴퓨터그래픽보다 강렬하게 관객을 압도했다. ‘바레카이’는 이야기 구조를 갖춘 서커스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이카루스의 이야기에 근간을 두고 있다. 그리스 신화에서 이카루스는 날개가 녹아 추락하면서 죽지만 ‘바레카이’에서 이카루스는 신비한 숲으로 떨어져 다시 살아난다는 설정에서 출발한다.

‘바레카이’는 드라마를 갖춤으로써 단순히 기교만 선보이는 서커스를 넘어선다. 날개를 잃은 이카루스가 그물에 의지해 공중곡예를 펼치는 첫 장면은 기교 자체만으로도 아찔한 시각적 만족을 주지만 이카루스의 감정이 담긴 몸짓이 주는 전율이 더해진다.

인간 저글링을 선보이는 이카리안 게임 장면은 ‘바레카이’ 전체 공연 중에서 가장 눈을 사로잡는 순간이다. 한 사람이 지지대에 의지해 누운 상태에서 두 발로 회전할 사람의 엉덩이를 받친 채로 통나무를 굴리듯 회전을 시킨다. 위에서 회전하는 사람은 중력의 법칙을 무시한 듯 가볍게 몇 바퀴나 돌며 관객의 넋을 빼간다.

이외에도 배우들은 수시로 줄 하나에 의지해 하늘을 날고 공중에 매달려 아찔한 곡예를 선보인다. 목발을 짚고 나온 무용수가 목발과 하나가 되어 추는 춤은 서커스에도 감동이 있을 수 있다는 걸 깨닫게 한다. 러시아 그네 두 개를 사용해 공중 곡예를 펼치는 마지막 장면은 청량감을 줄 정도로 시원하다. 모두 14가지 곡예가 펼쳐진다. 강렬한 색에다 동화적 상상력을 더한 의상도 빼놓을 수 없는 볼거리다.

하지만 2시간 반 가량의 공연은 관객을 계속 집중시킬 정도로 드라마가 탄탄하지는 않았다. 중간 중간 등장하는 광대들의 코미디는 큰 웃음을 유발하지는 못했다. 난이도가 높은 곡예에서 배우들의 실수가 잦은 것도 문제였다. 이번 공연에서는 출연 배우의 사정으로 하이라이트 장면이 통째로 삭제됐다. 제작사 측은 “한국 공연에서는 모든 장면이 차질 없이 진행된다”고 밝혔다.

태양의 서커스 예술총괄 감독인 매튜 개티엔은 “전 세계 어디에서나 같은 공연을 선보인다. 나라를 다닐 때마다 바꾸는 건 없다”고 했다.

‘바레카이’ 공연장은 예전에 흔히 볼 수 있던 유랑극단의 향수를 불러일으켰다. 공연이 열린 곳은 대만 타이베이 난강(南港) 전시장 옆 야외주차장이었다. 이곳에는 ‘그랑 샤피토’라고 불리는 거대한 이동식 극장이 있었다. 2500석 규모의 천막극장을 비롯해 150여명의 출연자와 스태프가 생활할 수 있는 주방, 학교, 사무실 등으로 이뤄져 있는 하나의 마을이다. 극장은 원형무대와 객석으로 이뤄져 객석 어디에서도 무대를 가깝게 볼 수 있었고, VIP에게 다과를 제공하는 타피 루즈 텐트도 마련돼 있었다.

태양의 서커스는 2007년 ‘퀴담’, 2008년 ‘알레그리아’를 국내에서 선보인 바 있다. ‘퀴담’은 17만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큰 화제를 불러 모았다. 태양의 서커스 시리즈의 세 번째 공연이 될 ‘바레카이’는 4월 6일부터 잠실종합운동장에서 공연된다. 현재 대만공연에서 사용 중인 이동식 극장 ‘그랑 샤피토’가 그대로 옮겨온다(02-541-6235).

타이베이=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