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션 초대석] NCCK 신임 회장 이영훈 목사

입력 2011-01-30 19:30


“교회, 섬김 나눔 본보일 때 사회의 영성 리드

난 심부름꾼… 사회적 이슈 한기총과 협력할 것”


이영훈 여의도순복음교회 목사가 지난 28일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회장에 취임했다. NCCK는 한국기독교총연합회와 함께 한국교회 대표적 연합기관이다.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는 균형 잡힌 시각과 복음의 순수성을 지닌 이 목사의 취임을 두고 교계에선 벌써부터 환영하는 분위기다. 조용기 여의도순복음교회 원로목사 후임으로 리더십을 성공적으로 이양받고 겸손과 섬김의 리더십으로 높은 평판을 듣고 있는 이 목사를 만나 NCCK 운영 방안과 한국교회 현안에 대해 들어봤다.

<대담=임한창 종교국장>

-오순절 성령운동을 펼치고 있는 대표적인 보수교단 지도자가 민주화와 사회운동에 주력해온 진보적인 기관의 수장이 됐습니다. 어떤 비전을 갖고 있나요.

“기독교대한하나님의성회는 1996년 NCCK에 가입하면서 여러 희생을 치렀습니다. 조 목사님이 세계오순절협의회 등 세계적인 오순절 연합회의 모든 타이틀을 내려놓으면서까지 가지고 계셨던 생각은 ‘NCCK가 너무 진보 쪽으로 가니 성령운동으로 진보와 보수가 하나 되고 그 여세를 몰아 한국사회를 변화시켜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제 생각도 마찬가지입니다. 너무 사회운동에만 초점을 맞추지 말고 소외되고 헐벗은 우리 이웃에게 관심을 가져야 균형을 맞출 수 있다고 봅니다. 한국교회가 성령 안에서 화해와 일치를 이룰 수 있도록 힘쓰겠습니다.”

-2013년 세계교회협의회(WCC) 부산총회 유치를 계기로 한국교회 안에는 종교 다원주의와 혼합주의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WCC는 헌장 1조에서 ‘성경 말씀에 따라 예수 그리스도를 하나님이며 구주로 고백하며, 성부 성자 성령 한 하나님의 영광을 나타내기 위한 공동 소명을 함께 성취하고자 노력하는 교회들의 교제’라고 분명히 밝히고 있습니다. 이렇듯 WCC의 신앙고백은 복음적이고 성서적입니다. 그러나 에큐메니컬 정신에 따라 문호가 개방되고 회원교단이 다양해지면서 본래 정신이 일부 훼손된 게 사실입니다. 일부 진보 신학자나 단체들이 과격한 정치적 입장이나 종교 다원주의적인 입장을 밝히면서 원래 정신에서 벗어나기도 했습니다. WCC 전 총무도 혼합주의가 모임 속에 들어온 것을 우려할 정도였으니까요. 따라서 WCC는 한국과 세계 교회의 우려, 비판을 겸허히 경청하고 반성할 것은 반성해야 할 것입니다. 처음 창립할 때의 모습으로 돌아가 보다 균형 있고 복음적인 입장을 취해야 한다고 봅니다. 그렇다고 WCC의 부정적인 면만 너무 극대화해서도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취임 일성이 한국사회 노숙인 문제였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늘어나는 노숙인 문제는 근본적 대안이 없습니다. 정부조차 제대로 된 실체를 파악하지 못할 정도로 심각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교회가 소외된 이웃에 대한 사랑 실천으로 노숙인들을 먼저 껴안아야 한다고 봅니다. 사도행전 2장에 보면 구제는 초대교회의 주된 사역 중의 하나였습니다. 초대교회 공동체 안에는 노숙인 문제가 없었어요. 소외되고 굶주린 노숙인들을 진정 돕기 위해서는 그들의 재활 의지를 높이는 훈련이 절실합니다.

명문대를 졸업하고 사업이 부도맞은 뒤 이혼하고 노숙인 생활을 하는 분과 얼마 전 상담을 한 적이 있습니다. 노숙인 생활 1주일만 하면 의식구조가 완전히 바뀐다고 해요. 무력증에 빠진다는 겁니다. 재활 의지를 북돋우고 재훈련을 받을 수 있도록 한국교회가 도와야 합니다. 노동력 부족 문제가 심각한데 이분들에게 재활 의지를 북돋아 진출할 수 있게 돕는다면 사회적으로도 얼마나 ‘플러스’가 되겠습니까.”

-2011년 한국교회 연합 사업을 어떻게 전망하십니까.

“한국교회는 지난 126년 역사 속에서 숱한 분열과 대립을 해왔습니다. 다양한 교파 속에서 서로의 입장만 강조할 게 아니라 다양성 속에서 조화와 일치를 일궈야 합니다. 이제는 성장과 함께 질적으로 성숙한 교회가 되어 사회 속에서 소외된 이웃을 섬기는 교회가 돼야 합니다. 저는 항상 어떤 단체의 수장을 심부름을 잘 하라고 맡겨주신 자리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도 그저 심부름꾼에 불과합니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 길자연 목사님과 함께 대사회적 이슈에 대해 보조를 맞추고 협력하겠습니다. 사회의 영성을 리드하는 교회, 존경받는 교회가 되도록 힘쓰겠습니다. 이를 위해 NCCK 가입교단뿐만 아니라 비가입교단이 두루 참여하는 가칭 한국교회발전연구원을 출범시킬 예정입니다. 오는 3월 한국에서 열리는 글로벌 킹덤 네트워크와 같은 행사를 통해 세계교회에 한국교회의 우수성을 널리 알려야 하고요.”

이 목사는 길자연 한기총 대표회장과 서울 대광고 선후배 사이로 친분이 두텁다. 한국교회 최대 연합 행사인 부활절 연합예배에 대한 개인적 견해도 밝혔다. “인원 동원을 위한 집회가 아니라 다양한 교단과 연합기관의 대표들이 상징적 장소에서 한국 역사와 함께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합니다”. 그는 성숙한 집회문화의 정착을 강조했다.

-한국교회는 사회에 어떤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보십니까.

“한국교회가 ‘가진 사람들의 집단’으로 보이면 안 됩니다. 가진 것을 나누는 모습을 보여줘야 합니다. 사실 많이 나누려면 먼저 소유해야 합니다. 그래서 부는 죄가 아닙니다. 다만 사용하는 방법이 문제죠. 한국교회는 다문화가정, 노숙인, 가정파탄 이후 버려진 아이들 문제에 깊은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양극화가 심화되는 사회의 현실에서 교회가 ‘섬김’과 ‘나눔’이라는 이슈를 바로 잡았으면 좋겠습니다. 이제는 한국교회가 성령으로 하나 되어 사회를 변화시킬 때입니다.”

정리=백상현 기자 100s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