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검찰·기업 모두에 상처 남긴 한화 수사

입력 2011-01-31 00:11

한화그룹 비자금 의혹을 수사해온 검찰은 김승연 회장을 비롯한 관련자 11명을 배임·횡령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이로써 금융감독원이 지난해 8월 19일 한화의 비자금 의심 차명계좌 5개와 관련해 검찰에 수사의뢰를 함으로써 촉발돼 반 년 가까이 끌어온 한화 수사가 일단락됐다.

이번 한화 수사는 적지 않은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검찰은 지난해 9월 16일 서울 장교동 한화그룹 본사를 시작으로 10여 차례 압수수색을 벌이고 300명이 넘는 관계자들을 조사했다. 김 회장은 대기업 총수로는 드물게 세 차례나 소환조사를 받았다. 이 과정에서 마구잡이식 수사라는 재계의 불만이 터져나왔고, 관련자에 대한 검찰의 구속영장이 법원에서 잇따라 기각됐다. 수사 방식에 대한 세간의 비난은 결국 이를 지휘해온 남기춘 서울서부지검장의 반발성 사표로 이어졌다.

법조계에서는 검찰 수사에 문제가 있었다는 시각이 많다. 상당한 증거를 확보한 뒤 수사에 들어가야 함에도 일단 수사부터 시작해 나올 때까지 이 잡듯 뒤지는 방식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다. 기업들의 은폐 기술이 발달해 수사에 어려움이 있다고는 하지만 그만큼 검찰도 수사 기법과 시스템을 선진국형으로 업그레이드할 필요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검찰이 밝힌 한화 비리는 충격적이다. 발표에 따르면 김 회장 등은 2004∼2006년 위장 계열사 빚을 갚아주려고 3500억원대의 횡령·배임을 하고, ㈜한화S&C와 ㈜동일석유 주식을 김 회장의 세 아들과 누나에게 헐값에 매각해 1041억원의 손실을 그룹에 입혔다. 또 차명계좌 382개와 채권 등으로 비자금 1077억원을 조성해 세금을 포탈한 혐의도 받고 있다.

한화 측은 이 같은 혐의의 상당 부분을 부인하고 있어 사실 여부는 앞으로 재판 과정에서 밝혀질 것으로 보인다. 이번 수사가 검찰이나 한화그룹 모두에서 힘들었던 만큼 법원은 가급적 재판을 서두르고 진실을 명명백백히 가려야 한다. 그럼으로써 이번 사건이 검찰과 대기업 모두에 자성의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