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15곳 ‘2010 마을미술프로젝트’ 성과… 낡은 건물에 예술이 피었습니다

입력 2011-01-30 17:34


1986년에 지어진 서울 성산동 시영아파트에는 3700여 가구, 8000여명의 주민들이 살고 있다. 이 아파트 단지 내 복지관은 5년 동안 사용하지 않고 비어있던 공간으로 별로 쓸모가 없었다. 흉물처럼 방치되던 복지관이 최근 멋진 공간으로 탈바꿈했다. 전국 각 지역의 생활공간을 미술작품으로 꾸미는 공공미술사업인 ‘2010 마을미술프로젝트’ 덕분이다.

다양한 작가들로 구성된 ‘동동동(同動洞)’은 동네 주민 전체가 하나가 되어 살기 좋은 마을을 만들어 보자는 취지로 제일 먼저 낡은 건물을 깨끗이 단장하고 건물 외벽에 벽화작업을 시작했다. 처음엔 무심히 지나치던 주민들도 형형색색의 무지개와 꽃들이 벽면에 채워지자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고, 그 관심은 버려졌던 내부 공간으로 이어졌다.

지역 내에 버려진 못 쓰는 가구들을 작가와 참여를 원하는 주민이 함께 리폼해 경로당이나 시설에 기증하는 ‘되살림 목가구 공방’과 치매 노인이나 미아방지를 위한 이름표를 제작하는 ‘되새김 금속 공방’을 운영하고, 책 읽기 모임을 활성화하는 ‘맥락적 도서관’ 같은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복지관이 주민들의 문화생활 공간으로 변신하면서 동네 이미지도 달라졌다.

마을미술프로젝트는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한국미술협회, 마을미술프로젝트추진위원회가 주관하는 미술동네 꾸미기 사업으로 2009년 첫 시행 이후 지난해 2월부터 두 번째 사업이 진행됐다. 2010년 사업은 문화적으로 소외된 지역의 시설을 활용하는 ‘우리동네 문화소동’과 지역의 역사·문화적 콘텐츠를 스토리텔링하는 ‘테마이야기’로 나눠 시행됐다.

‘우리동네 문화소동’ 사업에는 경기도 안산, 충북 괴산 등 10개 지역의 팀이 선정됐으며 이들에게는 지역당 국비 7200만원과 해당 지방자치단체가 매칭펀드 방식으로 지원하는 3600만원 이상의 작업비가 지원됐다. 또 ‘테마이야기’ 사업에는 충북 보은과 전북 군산, 강원도 영월 등 5개 지역팀이 선정돼 활동을 마무리했다.

옛 탄광 도시 강원도 태백에는 폐쇄된 동점동 사무소를 ‘꿈을 캐는 아이들’ ‘아빠 오늘도 무사히’ ‘채탄 열차’ 등 미술작품으로 꾸며 아이들의 체험학습장으로 거듭났다. 대전의 중심부에 위치한 중촌동은 오랜 역사를 가진 만큼 새로운 변화를 필요로 하는 지역이다. 이곳에 리히텐슈타인의 ‘행복한 눈물’을 패러디한 ‘왜 울어요’ 등 거리벽화로 분위기를 바꿨다.

공공미술로 동네가 운치있게 바뀌고 주민들도 적극 참여하면서 사이좋은 이웃사촌이 형성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두고 있다. 김춘옥 마을미술프로젝트 추진위원장은 “작가들의 일자리 창출과 창작 의욕 고취, 쇠락한 마을의 삶의 질 향상이라는 원래 목적 외에도 해당 지역이 밝아지고 지역민간의 유대감과 지역에 대한 귀속감 강화 등 많은 성과를 거뒀다”고 자평했다.

이광형 선임기자 g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