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신도 신학강좌] 예수는 누구인가

입력 2011-01-30 19:19


(31) 반석(磐石)

친구에게서 메일이 왔다. 성수동 어느 교회에 다니는데 교회가 건축을 완성했다는 것이며 새로 지은 건물과 연관된 이런저런 얘기를 썼다. 그중 ‘磐石(반석)’이라는 글씨 얘기다. 보통 건물을 지으면 정초(定礎), 초석(礎石), 머릿돌 같은 글씨를 건물 아래쪽에 새긴다. 글씨와 함께 기공과 준공 날짜 그리고 건물과 연관된 좋은 문구를 넣기도 한다.

그 교회는 건물을 준공하고 나서 몇 t이 되는 화강암을 교회 앞에 세우고 거기에 ‘磐石’이라는 글자를 새기고 거기에 마태복음 16장 18절을 넣었다. “내가 이 반석 위에 교회를 세우리니 음부의 권세가 이기지 못하리라” 예수님의 제자 베드로의 이름 뜻이 헬라어로 반석이다. 베드로가 예수님께 멋진 신앙고백을 한다. “주는 그리스도시요 살아 계신 하나님의 아들입니다.” 이 고백을 듣고 예수님이 하신 말씀이 위의 구절이다.

여기에서 반석은 베드로가 말한 신앙고백의 내용을 가리킨다. 로마 가톨릭 교회는 반석이 베드로란 사람을 가리킨다고 해석하면서 베드로를 초대 교황으로 하여 교황 자리가 이어지는 근거로 가르친다. 그러나 이런 해석이 무리한 것임은 바로 이어지는 내용으로 봐도 명백하다.

베드로의 신앙고백, 그 위에 교회를 세우겠다는 예수님의 말씀, 이어서 예수님은 당신이 겪으실 십자가 사건을 말씀하신다. 베드로가 바로 나선다. 항변하며 예수님과 정면으로 충돌한다. 절대로 그 일이 일어나면 안 된다는 것이다. 예수님이 베드로에게 직격탄을 날린다. “사탄아, 내 뒤로 물러가라! 너는 나를 넘어지게 하는 자로다. 네가 하나님의 일을 생각하지 아니하고 도리어 사람의 일을 생각하는도다!”

반석이 베드로 개인을 가리키는 것으로 해석하면 교회가 너무 허약하고 초라하지 않은가. 예수님에게 무섭게 책망을 받은 그 사람 개인 위에 교회가 세워진다는 게 너무 위험하지 않은가. 일개 사람인 교황 개인과 공적인 교황좌를 구별하면서 교황권을 절대적인 위치에 세우려는 치밀한 신학적 해석이 종교심리학적으로는 유용하겠지만 예수님의 삶과 가르침을 조금만 생각한다면 지나친 것 아닌가 말이다. 개인은 약하고 초라할 수 있지만 진실한 마음으로 드린 신앙고백 위에 하나님의 은혜로 거룩한 공동체를 세우시겠다는 말씀이다.

친구의 메일에서 또 감동적인 것은 반석 글씨의 유래다. 성도 중에 남한산성 행궁 복원을 총감독한 분이 있고 그래서 담임목사가 방문을 했단다. 조선의 인조 임금 시대, 1636년 겨울에 청나라가 조선을 공격했다. 인조는 남한산성으로 피신하여 항전하다가 이듬해 1월 30일에 농성을 풀고 항복한다. 거기 행궁의 가장 위쪽 금원(禁苑)의 꽤 큰 바위에 반석이란 글씨가 새겨져 있다. 성에서 항전하면서 나라의 미래가 반석 위에 세워지기를 소망하면서 누군가 새긴 것이다. 이 글씨를 보던 목사가 완공을 앞둔 교회 건물에 통상 쓰는 정초니 초석이니 하는 단어 말고 이 글자를 넣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반석은 단어 자체가 성경에 나오는 것이고 예수 그리스도를 가리키는 말이다. 그리고 한국 민족의 역사와 삶을 교회가 끌어안는 의미도 된다.

예루살렘 성전에서 예수님이 시편 말씀을 인용하셨다. “건축자들이 버린 돌이 모퉁이의 머릿돌이 되었나니…” 머릿돌은 반석이신 예수님을 가리킨 것이다.

지형은 목사(성락성결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