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미국에 대화 손짓-美는 한국에 6자 압박

입력 2011-01-28 18:28

북한이 미국에 대규모 식량지원 재개를 요구한 것으로 28일 알려졌다. 북한이 미국에 식량지원을 매개로 대화의 손짓을 보이고, 미국은 이를 우리 정부에 알리며 북핵 6자회담 재개를 압박하는 형국이다.

지난 26일 방한한 스타인버그 미 국무부 부장관은 북한이 최근 북·미 간 뉴욕채널을 통해 2009년 중단된 연간 50만t의 식량지원을 재개해 줄 것을 요구한 사실을 우리 정부에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의 이 같은 행동은 식량난 때문이기도 하지만 북·미 대화를 시도하기 위한 사전포석으로 볼 수 있다. 미국과 북한은 2008년에도 식량지원을 놓고 관계 개선을 조율한 적이 있다.

미국은 2008년 6월 1년간 50만t을 지원하기로 했지만 북한은 이 중 16만9000t을 받고 오바마 행정부가 출범한 2009년 3월 추가지원 받기를 거부했다.

미국이 당장 식량지원 재개를 놓고 북한과 접촉할 가능성은 낮지만, ‘전략적 인내’라는 미국의 기존 대북정책이 변화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나온 북한의 돌출행동이어서 우리 정부는 내심 당혹스런 표정이다. 자칫 북 비핵화 논의의 주체가 남북이 아닌 북·미가 될 수도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이 때문에 스타인버그 방한 직후 정부 일각에서는 천안함·연평도 사건을 북핵 6자회담의 재개 조건으로 걸지 않는 방안이 대두되기도 했다. 하지만 통일부가 이에 반대 입장을 보이면서 아직까지 정부 내에서 명확하게 교통정리가 되지 않은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북한의 대남 대화공세는 연일 이어지고 있다. 북한 대남기구 조국통일민주주의전선 중앙위원회는 ‘전체 조선민족에게 보내는 호소문’을 통해 남북국회 협상을 제안했다. 통일부는 “상투적인 대화공세”라고 일축했지만, 민주당은 환영의 뜻을 밝히며 이를 추진하기 위한 국회 내 논의기구 구성을 한나라당 측에 촉구했다.

한편 6자회담 러시아 측 수석대표인 알렉세이 보로다브킨 외교부 차관은 이날 방한해 위성락 외교통상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북핵 문제를 협의했다. 위 본부장은 북한의 우라늄농축프로그램(UEP)에 우려를 표명하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이 문제를 다뤄야 한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러시아의 협조를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성규 기자 zhibag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