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검장급 인사 배경·전망… 차기 검찰총장 경쟁 구도 바뀐다

입력 2011-01-28 22:52

법무부는 28일 한상대(사법연수원 13기) 서울고검장을 서울중앙지검장에, 노환균(14기) 서울중앙지검장을 대구고검장으로 임명하는 등 6명의 고검장급 전보 인사를 2월 1일자로 단행했다.

차동민(13기) 대검 차장은 서울고검장에, 박용석(13기) 법무연수원장은 대검찰청 차장검사로 각각 자리를 옮겼다. 황교안(13기) 대구고검장은 부산고검장, 조근호(13기) 부산고검장은 법무연수원장으로 전보됐다. 황희철(13기) 법무부 차관과 채동욱(14기) 대전고검장, 안창호(14기) 광주고검장 등 다른 고검장급 3명은 유임됐다.

이번 인사로 오는 8월로 예정된 차기 검찰총장 후보군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검찰 내부에선 새 검찰총장이 사법연수원 13기 중에 나온다고 가정하면 한상대 신임 서울중앙지검장이 다소 유리한 위치에 서게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금까지 차기 검찰총장 경쟁 구도는 차동민 대검 차장, 한상대 서울고검장, 박용석 법무연수원장 등 연수원 13기에 노환균 서울중앙지검장(14기)이 가세하는 양상이었다. 서울중앙지검이 가장 규모가 크고, 중요 사건이 몰리기 때문에 같은 고검장급인 노 지검장도 유력한 차기 검찰총장 후보군에 포함됐다.

하지만 이번 인사를 통해 13기의 한상대, 차동민, 박용석 ‘빅3’ 구도로 재편됐다. 유력한 후보였던 한 기수 아래 노 지검장은 대구고검장으로 자리를 이동해 차기 검찰총장은 순리대로 13기 가운데 나올 가능성이 높아졌다. 특히 이 대통령이 채동욱 대전고검장 등 14기가 아닌 한 고검장을 서울중앙지검장에 임명한 것은 ‘차기 검찰총장=13기’로 가기 위한 포석을 짜놓은 게 아니냐는 분석이다.

특히 한 고검장은 13기 가운데 유일하게 서울중앙지검장과 서울고검장을 모두 거치게 된다. 게다가 한 고검장은 각종 수사가 집중될 정권 후반기와 내년 대선 일정 등을 감안할 때 지휘의 연계성 측면에서 새 검찰총장 자리에 한발 더 가까워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러나 서울중앙지검장 자리는 늘 여론의 주목을 받고, 수시로 대형 사건이 터진다는 점에서 중요하지만 ‘위험한 자리’로 불린다. 차동민, 박용석, 노환균 카드가 차기 후보군으로 여전히 살아 있는 셈이다.

차 고검장은 특수수사와 검찰 기획 업무 모두에 정통하고, 수도권 출신으로 지역색이 엷다는 점이 돋보인다. 박 차장검사는 경북고-서울법대를 졸업한 정통 TK로 분류된다. 노 지검장은 이번 인사를 앞두고 전보를 스스로 원했다는 얘기가 나온다. 큰 상처를 입을 수 있는 서울중앙지검장보다는 여론에서 멀어진 자리로 옮겼다가 상처가 아문 뒤 총장 자리에 도전하는 구도를 생각하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이용훈 기자 coo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