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친 살해혐의 경찰간부 체포

입력 2011-01-28 23:12

현직 경찰관이 모친을 살해한 혐의로 긴급 체포됐다.

대전 둔산경찰서는 ‘경찰관 어머니 강도치사 사건’과 관련, 대전경찰청 강력계장 이모(40) 경정을 유력한 용의자로 보고 28일 긴급 체포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이르면 29일 이씨에 대해 존속 살해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

경찰에 따르면 이씨는 지난 21일 오후 11시25분쯤 대전 탄방동 모 아파트 어머니(68)의 집에서 어머니를 발 등으로 폭행해 사건 발생 6시간 만에 숨지게 한 혐의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부검 결과 이씨 모친의 사인은 흉강 내 과다출혈에 의한 쇼크사인 것으로 확인됐으며 사망 시각은 22일 오전 4~5시쯤으로 추정된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경찰은 범행에 사용된 헬멧의 구입자가 이씨인 사실을 확인하면서 이씨를 용의자로 특정했다. 경찰은 이씨가 최초 범죄 현장에서 모친을 병원에 호송하지 않은 점과 범죄 현장을 직접 훼손한 점 등도 용의점으로 보고 있다. 또 피해자 아파트의 안방과 거실, 옆방 등에서 발견된 4개의 족적도 이씨가 신었던 등산화와 일치하는 것으로 국과수 분석 결과 확인됐다.

이씨는 “어머니의 휴대전화 번호가 찍힌 전화를 받고 어머니 집을 방문, 어머니와 안방에서 함께 잤으며 다음날 오전 6시쯤 어머니가 숨진 것을 발견하고 직접 경찰서를 방문해 신고했다”면서 범행을 부인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그동안 도주로로 예상되는 CCTV 19곳 1304대에 찍힌 녹화화면을 분석하는 한편 이씨를 포함한 용의자 15명의 알리바이를 파악하는 등 수사를 벌여왔다.

하지만 현재까지 확보된 단서들이 범행의 결정적인 증거로 보기 어려운 점이 있고 이씨가 혐의를 완강히 부인하고 있어 수사가 난항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경찰은 지역 형사 및 방범순찰대 요원 등 300여명을 동원해 피해자가 잃어버린 휴대전화를 수색하고 있다. 프로파일러 등을 동원해 범행 동기를 조사키로 했다.

한편 수사 분야의 엘리트 코스를 밟아 온 이씨가 유력 용의선상에 오르자 이씨와 함께 근무했던 경찰관들은 큰 충격을 받는 분위기이다.

이씨는 경찰대학 출신으로 동기들보다 3∼4년 앞서 경정에 승진했으며 성격이 과격한 편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직원은 “경찰 간부가 용의자로 체포됐다는 사실만으로도 밖에서 차마 얼굴을 들지 못하겠다”고 말했다.

대전=정재학 기자 jhje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