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신용 강등’ 엔 약세 불 지필까

입력 2011-01-28 18:18

일본 신용등급 하락이 엔화 약세 기조로 이어져 우리 수출기업들에 타격을 줄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당장 28일 증시에서는 그간 엔화 강세 덕을 본 자동차 관련 주가가 하락으로 반응했다. 현대자동차는 전날보다 4.08%, 기아자동차는 3.05% 각각 내렸다. 부품주인 현대모비스는 6.76% 하락했다.

다만 이날 원·엔 환율은 오후 4시 현재 100엔당 1347.57원으로 전날보다 소폭인 2.59원 오른 데 그쳐 자동차 주가 하락은 투자자들의 심리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관심 포인트는 과연 일본 신용등급 하락이 엔 약세 기조를 이어 가느냐다.

이에 대해 우리투자증권의 박형중 이코노미스트는 28일 “엔화가 약세 압력을 강하게 받을 전망”이라며 “그간 수혜를 누렸던 국내 수출산업, IT, 화학, 조선, 자동차 업종이 피해를 입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엔화 약세는 엔 캐리트레이드 투자를 활성화하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에 또 다른 유동성 공급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미래에셋증권 박희찬 연구원은 “엔 약세 우려가 있을 수 있으나 당장은 그럴 가능성이 높지 않을 것”이라는 신중한 견해를 피력했다. 그 이유로 미국의 2차 양적완화가 진행 중이어서 본질적으로 달러가 강세를 보이기는 어렵다는 점, 엔 캐리 부활로 내외 금리차나 엔 약세 전망이 부족하다는 점 등을 적시했다. IBK투자증권의 고태봉 연구원은 “일본의 경상흑자 수지는 줄지 않을 것이며 더 이상 일본의 금리 하락이 있을 수 없고, 일본 국채를 팔고 살 만한 다른 국채가 없어 엔화 약세는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일본 신용등급 강등의 의미를 엔 약세보다는 미국 등 선진국으로의 전이 여부에 둬야 한다는 견해도 나온다. 공교롭게도 이날 무디스가 미국 신용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내리는 기간이 짧아질 수도 있다고 경고했기 때문이다. 이상재 현대증권 경제분석부장은 “일본 신용등급 하락은 당장 충격을 주진 않을 것이나 선진국 재정위기에 대한 또 다른 경고장임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베어링 에셋매니지먼트의 토비 냉글스 이사는 “선진국 경제가 직면한 위험에 대한 시의적절한 경고”라며 “호주와 스웨덴 노르웨이 등 재정이 탄탄한 국가가 이번 일로 이익을 얻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동훈 기자 d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