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계진 “엄기영, 입당 안한 분” 민노·참여당 “야권단일 양보하라”… 4·27 재보선 벌써 신경전
입력 2011-01-28 23:07
4·27 재·보궐 선거 공천을 둘러싼 정치권 내 신경전이 벌써부터 가열되고 있다.
지난해 6·2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 강원지사 후보로 나섰던 이계진 전 의원은 28일 여당 강원지사 후보로 거론되는 엄기영 전 MBC 사장에 대해 “아직 한나라당 입당을 안 하신 분”이라고 견제구를 날렸다. 그는 이어 “민주당 쪽에서 그분을 원할지, 한나라당 쪽에서 원할지 그것도 사실 지금 모른다”고 꼬집기도 했다.
경기도 분당을 보궐선거에 강재섭 전 대표를 내세울지를 놓고 여권 내부에선 대리전 양상까지 벌어질 조짐이다. 한나라당의 한 최고위원은 “강 전 대표는 당 대표를 지내며 당이 친이-친박 구도로 갈리도록 공천을 잘못한 책임이 있다”며 “그런 과오를 놔두고 공천장을 받을 수는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러나 당 지도부와 달리 여권 핵심인사는 “대표시절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고 총선 승리를 위해 뛴 공로를 인정해 줘야 한다”며 강 전 대표를 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남 김해을의 경우 김태호 전 경남지사 출마에 대한 여당 내부 기류가 엇갈린다. 당 핵심인사는 “김 전 지사가 국무총리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낙마한 만큼, 명예회복을 할 수 있도록 기회를 줘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 중진의원은 “청문회에서 거짓말한 사람을 내세워 표를 달라고 하는 것은 유권자를 무시하는 행위”라며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야권은 경남 김해을과 전남 순천에서 연대 방식을 놓고 치열한 기싸움을 벌이고 있다. 민주당은 유명 인사를 내세우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민주노동당과 국민참여당은 제1야당의 양보를 요구하고 있다. 민노당 이정희 대표는 이날 “민주당은 지난해 7·28 재·보선 당시 ‘앞으로 있을 재·보선에서 다른 정당을 우선 배려한다’고 했다. 약속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며 순천 보궐선거에서 민주당이 후보를 양보하라고 요구했다. 이에 민주당 이낙연 사무총장은 “진정성을 갖고 야권연대에 임할 것이지만 기계적인 나눠먹기는 안 된다”고 난색을 표했다.
이와 함께 여야는 이번 재·보선의 최대 격전지가 될 강원지역 민심 동향에도 촉각을 곤두세웠다. 한나라당은 전통적 강세지역이었던 이 지역의 ‘고토(古土) 회복’을 자신하면서도, 이광재 전 지사 낙마가 정권심판론으로 연결될 것을 우려하는 분위기다. 한 최고위원은 “강원도에서 이 전 지사에 대한 동정론이 강하게 일 것”이라며 “쉽지 않은 선거가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민주당은 강원도가 6·2 지방선거 때부터 야당 성향이 강해진 데다,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를 위해 뛰고 있던 이 전 지사의 낙마에 반발 여론까지 가세할 경우 승산이 충분하다고 보고 있다. 지도부도 이 지사가 정치적 보복을 당했다며 동정론을 부추기는 데 주력했다. 손학규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이 지사를 잃은 강원도민들의 상실감, 좌절감이 내 가슴 속에까지 뼈저리게 느껴진다”며 “이 지사의 열정을 이어받아 강원도를 책임질 사람을 꼭 다시 세울 것”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이인영 최고위원은 “대한민국 검찰과 법원은 이명박 정권의 시녀, 꼭두각시로 전락했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당 일각에선 “지방선거에서 야권연대가 승리의 큰 요인이었는데 이번에 순천, 김해을 등에서 연대가 제대로 성사되지 않을 경우 강원도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어 승리를 낙관할 수 없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한장희 노용택 기자 jh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