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반정부 시위 확산-무바라크의 철권통치] 30년 내내 비상계엄 ‘현대판 파라오’

입력 2011-01-28 18:14


호스니 무바라크 이집트 대통령은 ‘현대의 파라오’로 불린다. 1981년 대통령 취임 이후 30년간 철권 통치를 해 왔기 때문이다.

공군 장교 출신인 그는 3차 중동전쟁에서 패한 공군을 재건함으로써 4차 중동전쟁에선 공훈을 세우는 기반을 닦았다. 75년 전쟁영웅으로서 부통령에 오른 그는 안와르 사다트 대통령이 군부 내 과격 이슬람주의자에게 암살되는 바람에 대통령직을 승계했다.

그는 사다트 대통령에 이어 친미·친이스라엘 노선을 따르고 사회 안정과 경제 성장의 기틀을 마련, 안정적 통치 체제를 구축했다. 특히 이슬람 테러리즘에 대항한다는 이유로 상시적 비상계엄을 유지하고 언론을 통제함으로써 5번 연임에 성공했다.

그동안 이집트 대통령 선거는 의회가 1인 후보를 표결로 선출하면 국민은 투표를 통해 찬반 의사만 표시할 수 있었다. 따라서 그의 연임은 항상 예상됐다. 2005년 헌법 개정으로 직접 선거를 도입하긴 했지만 대통령 후보 자격을 극도로 제한해 사실상 단독후보 선거라는 비판을 받았다.

이집트 야당들은 대부분 세력이 미약하다. 2005년 총선에서 강경 이슬람주의 단체 ‘무슬림 형제단’이 전체 의석의 20%를 차지하는 돌풍을 일으켰다. 하지만 무바라크 정권의 탄압으로 세력이 약화된 상태다.

무바라크는 집권 이후 부통령직을 공석으로 두고 2인자를 키우지 않았다. 그러나 2002년 둘째 아들 가말 무바라크가 집권 국민민주당의 정책위 의장으로 임명되면서 부자 권력세습이 가시화됐다. 무바라크는 영국 혼혈인 부인과의 사이에 두 아들이 있다. 첫째인 알라는 정치에 전혀 관심이 없어 가말이 후계자가 됐다.

가말은 1963년생으로 2009년 전당대회에서 차기 대선후보나 다름없는 최고위원회 위원장이 됐다. 하지만 국민민주당 내에서도 부자 세습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 올해 9월 9일 예정인 대선 후보를 확정하지 못한 상황에서 시민들의 거센 반정부 시위를 맞고 있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