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반정부 시위 확산] 美 이집트 정책 ‘투트랙’?
입력 2011-01-28 23:00
튀니지 ‘재스민 혁명’의 영향으로 아프리카 및 중동 국가에서 반정부 시위가 계속되면서 미국의 중동 외교정책이 시험대에 올랐다고 AP통신 등 해외 언론이 2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 정부는 현재 점진적으로 개혁하겠다는 중동 정권과 즉각적인 민주화를 요구하는 중동 국민 사이에서 명확한 외교 정책을 짜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정권에는 개혁을 좀 더 강하게 촉구하고, 국민의 민주화 열망엔 지지를 보내는 ‘양다리’를 걸친 입장이다.
이런 딜레마는 현실에서 ‘투 트랙’ 전략으로 나타났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유튜브 웹사이트와 인터뷰에서 “이집트의 장기적 번영을 위해서는 정치개혁이 전적으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반면 조 바이든 미 부통령은 공영방송 PBS ‘뉴스 아워’에 출연해 “호스니 무바라크 대통령은 독재자가 아니며 물러나서는 안 된다”고 했다.
로버트 기브스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이집트 시위대를 지지하는지 묻는 데 대해 “이 문제는 누구를 편들고 할 사안이 아니다”고 대답했다.
외교 전문가들조차 오바마 미 정부가 어떤 중동 정책을 취해야 할지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지금까지 중동의 반정부 세력은 무장단체로 인식돼 오면서 중동 정권과 미국 모두에게 ‘공공의 적’이었다. 하지만 현재 시위에 나선 야당과 시민들은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전직 미 국무부 정책계획 담당관이었던 웨인 화이트는 “워싱턴은 (중동 국가의) 야권 세력을 잘 모른다”며 “중동 정권이 반정부 세력과 외국 정부 사이에 장벽을 만들어 놨다”고 털어놓았다.
권기석 기자 key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