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반정부 시위 확산] 엘바라데이 “물러나라” 귀국 일성… 무바라크는 침묵
입력 2011-01-29 01:26
“결전의 날(현지시간 28일) 온 국민이 거리로 나서자.”
이집트 반정부 시위를 주도한 ‘4월 6일 청년운동(6th of April Youth Movement)’이 27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이다. 이집트 전역의 이슬람 사원에서 수만명이 28일 낮 무슬림의 주례 정오 기도회를 가졌다. 이들은 기도회를 마친 직후 거리로 나와 30년간 집권한 호스니 무바라크 대통령의 하야를 촉구하며 격렬한 시위를 벌였다.
◇수만명 격렬 시위=카이로 주요 사원 중 하나인 알 아즈하르 사원 앞엔 시위대 수천명이 모여 도심 알 타흐리르 광장을 향해 행진했다. 무한디신 지구에서도 최소 1만여명이 ‘퇴진! 무바라크’ 등의 구호를 외치며 거리 행진에 나섰고 참가자들은 2만여명으로 불어났다.
이집트 당국은 카이로 주요 지역에 대규모 경비 병력을 배치, 물대포 고무탄 곤봉 등으로 시위대 해산을 유도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성난 시민들은 고가도로를 점거한 채 경비병력을 향해 돌을 던졌다. 일부 시위대는 경찰서에 불을 질렀다. AFP에 따르면 경찰관이 곤봉으로 모하메드 엘바라데이를 지지하는 시위대를 공격하자 2000여명의 시위대가 엘바라데이를 에워싼 채 맞섰다. 알자지라TV는 시위대가 무바라크 대통령 관저 가까운 곳에 모여 있다고 보도했다. 시위는 카이로 외에 수에즈, 만수르, 알렉산드리아, 아스완, 민야 등에서 동시다발로 진행됐다. 한 정부 관리는 이날 전체 28개 주 가운데 최소 11개 주에서 시위가 있었다고 전했다.
◇“권력 이양하라”=무바라크 대통령의 정치적 라이벌로 꼽히는 엘바라데이 전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은 27일 이집트로 귀국하기 직전 “(무바라크는) 이제 물러날 때”라며 권력 이양을 요구했다. 사실상의 선전포고다.
이집트 보안당국은 엘바라데이가 더 이상 시위에 참가하지 못하도록 가택연금 조치를 취했다.
상황이 악화되면서 무바라크 대통령이 앞으로 어떤 대책을 내놓을지도 주목된다. 현재 여당 인사들 중에서도 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시위를 이끌고 있는 ‘4월 6일 청년운동’은 2008년 북부 산업지역 노동자 지원을 위해 만들었고 그해 4월 6일 전국적인 파업을 벌여 지금의 이름을 갖게 됐다. 엘바라데이가 이집트 개혁을 목표로 출범시킨 ‘개혁을 위한 국민연합(NAC)’도 활동 반경을 넓히고 있다.
서윤경 기자 y27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