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민주화’ 4대 변수… 중산층·군대 아직 동요 없어
입력 2011-01-28 17:58
이집트 시위대의 구호는 “우리도 튀니지처럼”이다. 튀니지 시민들이 지네 엘 아비디네 벤 알리 대통령을 몰아냈듯이 호스니 무바라크 이집트 대통령을 쫓아내자는 것이다. 하지만 이집트는 튀니지와 다르다. 이집트가 민주화를 이루려면 네 가지 변수를 극복해야 한다.
첫째는 중산층의 마음이다. 이집트는 튀니지에 비해 중산층이 두텁다. 특히 수도 카이로와 알렉산드리아, 나일 델타 등 주요 도시에 중산층이 많이 산다. 미국 CNN방송은 “이집트 중산층은 미래의 경제적 이득에 관한 열망이 커 혼란을 꺼린다”고 보도했다.
현지에서 시위를 이끌고 있는 세력도 중산층 변수를 인정한다. 청년단체 ‘4월 6일’ 소속인 아말 샤라프는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일이 어떻게 끝날지 지켜보는 사람들이 있다. 지금은 아니지만 그들도 시위에 참여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두 번째 변수는 군대다. 튀니지는 경찰과 군대가 근무여건에 불만을 품고 시위에 합세하면서 독재자 축출이 가능했다. 무바라크 대통령은 아직까지 경찰과 군대를 장악하고 있다고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는 파악했다.
세 번째는 반정부 시위에 구심점이 있느냐다. 이집트 시위는 학생과 서민 중심이다. 정치 조직은 적극적으로 개입되지 않은 상황이다.
지금 국면에서 주목받는 곳은 야당인 ‘무슬림 형제단’이다. 이곳은 정부에 애매모호한 입장을 취하고 있어 정부와의 대결을 고의적으로 피한다는 비판도 듣는다. 무슬림 형제단이 적극적으로 반정부 시위에 뛰어들면 양상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게 여러 외신의 분석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큰 변화는 감지되지 않는다. 지난 25일 시위 때도 이 정당은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했다.
마지막 변수는 이집트 정부가 가시적인 유화책을 내놨을 때 시민들이 어떻게 반응할지다. 이집트 정부는 아직까지 시위와 관련해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다만 언론을 통해 “임금을 인상하고 새로운 일자리를 제공하겠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권기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