쿨한 젊은이들이여, 사랑의 방정식을 풀어보라… 로맨틱코미디 ‘친구와 연인 사이’
입력 2011-01-28 17:53
‘친구와 연인 사이’는 가볍고 즉각적인 21세기 연인들에 대한 영화이자, 좋든 싫든 누군가와 사회적 관계를 맺고 살아가는 현대인 모두에 대한 영화라고 할 수 있다. 로맨틱 코미디의 공식에서 크게 벗어난 영화라고 할 수는 없으나, 기존 영화에서 보기 힘들었던 허를 찌르는 감각이 느껴진다.
의대 레지던트인 엠마(나탈리 포트먼)는 시간 활용이 늘 효율적이고 똑부러진 성격을 갖고 있는 전형적인 엘리트. 연애에 대한 생각도 편리하기 그지없다. 애인은 귀찮고, 데이트는 피곤하고, 연애는 왜 하는지 알 수 없다.
이에 반해 애덤(애쉬튼 커처)은 유명인사인 아버지 덕택에 풍요하고 자유로운 환경에서 자라 다소 철은 없지만, 전 여자친구가 아버지와 사귀는 장면을 목격하고 정신적 충격을 받은 상태다. 사랑에 대해 냉소적인 두 남녀가 만나는 이야기. 이들은 연애를 배제하고 성관계만 갖기로 한다. 충동적이고 즉각적인 이들의 섹스엔 애정이 필요하지 않다.
영화가 묻는 건 두 가지다. 감정이 완전히 배제된, 일회적 관계란 과연 가능한가. 연애에서조차 자유와 편리를 좇는 현대의 젊은이들은 언제나 ‘쿨하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지만, 한꺼풀 벗겨보면 상처받기를 두려워하는 소심한 인간일 뿐이다. ‘나는 아침식사를 함께 하지 않을 남자를 원한다’고 당당히 말하던 엠마는 애덤이 떠난 뒤 ‘이렇게 되는 게 두려웠다’고 고백한다. 영화는 ‘차도남’과 ‘차도녀’ 이미지로 무장한 사람들의 허약하고 말캉한 내면을 예리하게 드러냈다.
그리고 이런 성찰은 자연스럽게 다음 질문으로 이어진다. 이 빠르고 편리한 시대, 사랑이란 정말로 불필요하고 불가능한 감정일까. 판타지에서 벗어나지 않은 로맨틱 코미디이니만큼, 영화는 관객들에게 비관적인 결말을 제시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누구나 한번쯤 생각해볼 만한 화두임에는 틀림없다.
애쉬튼 커처는 유약하고 다정하면서도 짐짓 쿨한 애덤의 캐릭터와 썩 잘 어울린다. 나탈리 포트먼은 과장되거나 도도했던 이제까지의 모습을 지우고 맨얼굴로 스크린 앞에 선 느낌이다.
‘천일의 스캔들’, ‘클로져’ 등에서 보여주었듯 그녀의 커리어는 이제까지 성공적이었는데도, 여전히 ‘레옹’의 마틸다 이미지가 떠오르는 건 어쩔 수 없는 듯하다. 이번 영화는 그녀의 첫 번째 로맨틱 코미디. 이반 라이트만 감독이 연출했다. 18세 관람가로 다음달 10일 개봉.
양진영 기자 hans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