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이태형] 교회와 知的공동체
입력 2011-01-28 17:43
최근 2년 동안 서울대 자유전공학부 초빙석좌교수로 재직한 미국 뉴욕주립대 역사학과 김성복 석좌교수는 “한국에서 최고라는 대학 내에 지적공동체가 없다”고 개탄했다. 교수들은 학문보다 술과 정치에 관심을 갖고 있고, 학생들은 진리에의 추구보다 돈벌이를 더 고민하고 있다는 것이 그가 본 서울대의 풍경이었다. 가르치는 자들이 학문을 논하지 않고 배우는 자들은 진리를 추구하지 않는 곳이 과연 참다운 대학일 수 있겠는가가 그의 물음이었다.
그는 대학에는 수많은 지적공동체가 있어야 본질을 향한 여정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학생들에게는 “공부에 대한 낭만을 가지라”면서 “젊은이라면 진리를 향한 갈망을 가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어떻게 돈을 잘 벌까’라는 고민만 한다면 ‘대학도(大學徒)’로서 수치스러운 것이라고도 언급했다. 김 교수가 만일 2년 동안 한국교회에 머물면서 분석과 진단을 했다면 그로부터 어떤 이야기가 나올까. 아마도 “영혼을 인도하는 교회 내에 지적공동체가 없다니 말이 되는가”라고 개탄할지 모른다.
한국교회를 향한 외부의 지적 가운데 하나는 ‘가벼움’이다. 한국 기독교는 여타 종교들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선한 일을 많이 한다. 소외된 이웃을 향해 끊임없이 다가가고 있다. 이 같은 사실은 각종 통계에도 잘 나타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요즘 한국 기독교는 다른 종교에 비해 상대적으로 사회의 인정을 받지 못하고 있다. 이에 대한 원인 중 하나가 교회 내 지적공동체 부재라는 생각이 든다. 지적공동체가 사라진 교회는 가볍게 보일 수밖에 없다. 일반인들은 그저 선입견으로 가톨릭이나 불교가 개신교보다는 더 진중하고, 명품성이 있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이런 가운데 지난 24일 연세대에서는 ‘2011년 전국 목회자 인문학 독서 모임’이 열렸다. 모임에서는 최근 기독교가 받는 사회적 비판의 근본 원인을 인문학을 통해 발견코자 하는 시도들이 눈에 띄었다고 한다. 목회의 위기를 인문학을 통해서 길을 찾으려는 움직임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모임들이 교회 내 지적공동체의 활성화를 위한 초석이 되기를 바란다. 동시에 기독교는 인문학을 비롯한 이 세상의 모든 학문이 마지막으로 길을 찾는 보루가 되어야 함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이태형 i미션라이프부장 t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