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가신용 떨어뜨린 일본의 무상복지
입력 2011-01-28 17:46
국제신용평가기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27일 일본의 국가신용등급을 ‘AA’에서 ‘AA-’로 한 단계 하향조정했다. 과다한 국가채무 때문이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민주당 정권에 부채 문제를 해결하려는 일관된 전략이 보이지 않는 점이다. S&P는 급격한 출산율 감소와 고령화가 일본 재정을 악화시켜 2020년대 중반까지도 재정재건이 이뤄지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일본보다 두 단계 낮은 ‘A’를 받고 있는 한국도 저출산과 고령화에 직면하고 있어 남의 일이 아니다.
일본 국가부채는 올 연말 국내총생산(GDP)의 204.2%, 내년에는 210.2%에 이르러 1000조엔대를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정치인들의 인식 부족과 그에서 비롯된 복지 공약 남발이 막대한 재정적자를 불렀다. 민주당이 자녀보육수당, 무상 고교교육, 고속도로 무료화 등 복지 포퓰리즘을 앞세워 집권한 후 국가부채는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여기에 베이비부머 세대의 은퇴로 공적연금 지출이 급증해 연금 적자가 누적되고 있다. 일본의 재정위기는 국가재정을 돌아보지 않는 복지정책에 대한 경고이다.
간 나오토 일본 총리는 국가신용등급 하락에 대한 질문을 받고 용어조차 이해하지 못하는 듯한 반응을 보였다. 이런 한심한 사정은 여야가 경쟁하듯 무상복지를 약속하고 있는 우리도 다를 바가 없다. 한국도 글로벌 금융위기 극복 과정에서 악화된 재정건전성을 회복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국가채무는 2010년 394조4000억원, 올해는 436조8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돼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30% 중반대로 오르게 된다.
내년 총선과 대선을 의식해 정치권에서 난무하는 무상복지 주장은 재정건전성 악화의 중대한 위협이다. 복지를 늘리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재원 없는 복지는 재정파탄의 지름길이다. 무상복지의 앞만 볼 게 아니라 뒤도 함께 봐야 한다. 무상급식 무상의료가 급식과 의료서비스의 질을 떨어뜨리지 않게 하려면 증세를 통한 재원 마련이 불가피하다. 세금을 어느 계층이 부담하느냐 등의 문제를 놓고 남유럽 국가들보다 더 심각한 사회적 혼란이 일어날 가능성도 있다. 일본과 남유럽을 우리의 복지논쟁에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삼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