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유 장관, 구제역 퇴치에 전념할 때

입력 2011-01-28 17:42

유정복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이 28일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현재의 구제역 사태를 조속히 종식시키고 모든 상황을 말끔히 수습한 다음 깨끗이 물러나겠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서 연일 자신의 퇴진 문제가 거론되고 있는 데 대해 ‘선 사태해결, 후 자진사퇴’ 입장을 명확히 밝힌 셈이다.

유 장관으로서는 구제역 종식을 위해 꼬박 2개월 동안 동분서주했음에도 장관 책임론이 불거져 나오는 데 대해 가슴이 아팠을 것이다. 기자회견에는 불편한 심경이 담겨 있다. 그는 “지금은 오로지 사태 해결에 모든 생각과 역량을 집중해야 할 때이며 책임론 등 정치적 논란이 일게 되는 것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기자회견은 전날 고위 당정협의회에서 몇몇 최고위원들로부터 빨리 수습하지 못한다며 질책 받은 것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유 장관의 입장 표명은 현 시점에서 시의적절하다고 본다. 거취 문제와 관련해 침묵을 지킬 경우 야당은 말할 것도 없고 여당으로부터도 끊임없이 사퇴압력을 받게 될 것이다. 특히 유 장관은 박근혜 전 대표 측근이어서 친이계로부터 비판받기 십상이다. 사퇴 공세에 시달리다 보면 구제역 퇴치 업무에 집중력이 떨어질 수 있다. 차제에 거취 문제를 명확히 해둠으로써 소신행정을 펴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 전투 중에 장수를 바꾸지 않는다는 상식을 생각해 보면 이명박 대통령이 이 시점에서 유 장관을 경질할 가능성은 거의 전무하다. 이런 분위기라면 정치권도 책임론 공방을 중단하는 게 옳다.

그렇다고 해서 유 장관과 농식품부가 잘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것은 결코 아님을 명심해야 한다. 구제역 발생 이후 정부 대응에 문제가 있었다는 것은 역학조사 결과가 말해주고 있다. 정부도 인정했듯이 이번 구제역이 전국으로 확산된 것은 초기 대응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경북 안동에서 양성판정이 나오기도 전에 경기지역까지 전파된 것으로 확인됐다. 우왕좌왕하는 사이 백신접종도 시기를 놓쳤다. 그러나 지금은 역량을 결집할 때다. 유 장관과 농식품부는 비상한 각오로 구제역 퇴치에 최선을 다해야겠다. 국민적 협조는 필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