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전·의경 제도 자체를 폐지하는 게 낫다

입력 2011-01-28 17:41

전·의경 부대에 만연된 가혹행위가 충격적이다. 구타는 물론이고 각종 괴롭힘 등이 버젓이 자행되고 있다. 웃지 못하게 하고, 한 곳만 응시하게 하고, 물을 못 마시게 하고, 암기사항을 강요해 얼차려를 주는 건 다반사였다. 선임들이 신참 군기를 잡는다는 명목으로 행한 짓이다. 잠을 자는데 코를 곤다는 이유로 뺨을 맞고, 배가 불러도 밥을 많이 먹도록 강요당하는 비인간적 처사도 있었다. 그간 많이 개선된 줄 알았던 가혹행위가 독버섯처럼 퍼져 끊임없이 저질러진 것이다.

이들 피해 사례는 경찰청이 특별점검팀을 구성해 전국 16개 지방경찰청 소속 전·의경 부대에 배치된 지 6개월이 되지 않은 이경 4581명을 대상으로 26일부터 이틀간 조사한 내용이다. 조사 결과, 전체의 8%인 365명이 피해를 입었다고 털어놨다. 구타(138명), 괴롭힘(143명), 언어폭력·성희롱(84명) 등을 당했다. 심지어 선임이 후임 엉덩이에 몸을 밀착시켜 성추행을 한 경우도 적시됐다.

전·의경 부대에서 폭력과 괴롭힘은 거의 일상화되다시피 했다. 16개 지방청에서 가혹행위가 없었던 곳이 한 군데도 없을 정도였다. 구시대적 악습이다. 피해 사례가 사실로 확인되면 가해자와 지휘책임자를 엄중 처벌하는 건 당연하다. 하지만 가혹행위 발생→징계와 처벌→대책 마련 등이 되풀이될 뿐 근원적 처방이 안 된다는 게 문제다. 이번에도 모든 전경버스와 부내 내 외진 곳에 CCTV를 설치해 감시하는 대책을 내놨지만 은밀히 이뤄지는 가혹행위를 근절하는 데는 한계가 있어 보인다.

악습의 고리를 끊지 못한다면 차제에 전·의경 제도를 없애는 게 낫다. 전·의경 제도를 완전 폐지하고 정원의 30%를 정규 경찰관으로 충원하는 방안이 노무현 정부 때 2012년을 목표로 추진됐으나 현 정부 들어 보류된 상태다. 전·의경을 경찰관으로 대체할 경우 예산 문제가 제기되겠지만 예산이 들더라도 추진할 것은 해야 한다. 인권 사각지대인 전·의경 부대를 그냥 놔두면 악순환만 반복될 뿐이다. 한꺼번에 안 되면 단계적으로라도 폐지할 것을 주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