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 송도캠퍼스 주점(PUB) 설치 논란

입력 2011-01-28 17:38


연세대학교가 교내 주점 설치를 놓고 고민에 빠졌다.

연세대(총장 김한중)는 이번 봄 학기 정규 수업이 처음 시작되는 인천 송도캠퍼스 교정의 학생회관(종합관)이나 기숙사 지하에 펍(PUB·서양식 주점)을 만드는 계획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뒤 논란의 중심에 섰다.

대학의 한 관계자는 “개발 중인 캠퍼스 주변에 상가가 거의 없어 신입생이 고립감을 이기고 스트레스 풀 곳이 없어 학생 복지 차원에서 주점 설치를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교내에 술집만은 안 된다’는 목소리가 높다. 연세대는 전신인 연희전문학교와 세브란스 의학교가 모두 서양 선교사가 세운 미션 스쿨로 개교 후 126년 동안 캠퍼스에서 술, 담배 판매가 허용된 적이 없다.

신과대의 한 교수는 “기독교 전통을 중시하는 교원과 학생들 사이에서 교내에 전례가 없는 술집을 만드는 것은 부담스럽다는 반응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연세대 동문인 한기채 중앙성결교회 목사는 “미션 스쿨이고 신성한 진리의 전당인 대학에서 술을 파는 것은 올바르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기독교 정신으로 설립된 연세대는 일반 대학과는 차별화된 기독교 교육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학교 측은 학생 복지와 학내 전통을 해치지 않는 절충안을 찾느라 고심하고 있다. 예컨대 맥주 이상 도수가 높은 술은 팔지 않고 영업시간을 제한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또 처음에는 펍을 임시 건물 형태로 운영하다 2012∼2013년 캠퍼스 인근 상권이 완성되면 폐쇄하는 방안도 대안 중 하나다.

대학의 한 관계자는 “학내 기독교 전통 문화 등을 고려할 때 다소 미묘한 사안”이라며 “3∼4월 실제 캠퍼스에서 생활하는 학생들의 의견을 들어보고 최종안을 결정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연세대 송도캠퍼스는 인천국제공항에서 차량으로 약 30분 거리인 송도지구 내에 들어서는데 현재 1-1단계 공사로 기숙사와 과학기술관 등 8개 건물이 완공된 상태다. 3월부터는 언더우드국제대학(UIC)과 의·치·약대, 자유전공, 공대 IT명품 프로그램의 학생들이 전원 기숙사에서 지내며 영어 교양교육을 받는 ‘레지덴셜 칼리지(Residential College)’ 제도가 운영된다.

유영대 기자 ydy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