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 데이트-코칭강사로 변신한 전효실씨] “봉숭아학당 몽실이, 이젠 여성들 아픈 맘 달래요”
입력 2011-01-28 17:39
“‘웃기지 않는 개그우먼’에서 ‘울보 코치’로 거듭난 전효실입니다.”
서울 목동 한 커피숍에서 지난 월요일 만난 전효실(40)씨는 ‘ㅎ’의 동그라미에 스마일 그림이 들어간 책 ‘다시 한번’을 건네주면서 인사를 했다. 이 책에는 그가 만난 여성들의 아픔과 눈물, 회복의 스토리가 담겨 있다. 브라이트스마일코치센터 대표로 엄마들을 위한 코칭 프로그램 ‘맘스코칭’을 개발한 그가 개그우먼이었다고? 그는 1991년 KBS 제1회 대학개그제에서 은상을 받고 데뷔, 당시 인기 코너였던 ‘봉숭아학당’에서 몽실이로 출연했단다.
“굳이 전직을 밝히는 이유는 개그우먼인데 웃기지 못해 좌절했고, 그 때문에 아버님을 잃었지만 새 삶을 찾았기 때입니다.”
유재석 김국진 김용만 남희석 등 잘 웃기는 동기들에 주눅 들었던 그는 “너무 힘들면 하지 말라”고 다독이는 아버지에게 앙탈을 부렸다. 그리고 그날 저녁 그의 아버지는 뇌출혈로 쓰러졌다. 아버지의 평생소원이었던 ‘노숙자들을 위한 농장’ 부지 계약을 하루 앞둔 날이었다. 그의 아버지는 3년여를 병상에 있다 결국 세상을 떴다. 그때 아버지는 그에게 단 두 마디를 남겼다. “괜찮다 괜찮아….” 그는 그 말에 죄책감을 벗어 던질 수 있었다. 그리고 남을 위해 살려던 아버지의 뜻을 잇겠다는 다부진 결심을 했다.
“아버지 죽음 앞에서 욕심을 버렸다고 생각했지만 그렇지 못했나 봐요. 결혼한 뒤 연년생으로 아이 둘을 낳아 키우면서 TV에 나오는 동기들을 볼 때마다 내 자신이 초라해졌어요.”
결국 그는 산후우울증에 빠졌다. 아이 젖병 마개를 못 열만큼 무기력감에 빠진 그에게 남편은 코칭 공부를 제의했다. 그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응했다. 코치에게 아버지 얘기를 하면서, 가정보다는 목회 일에 더 정성과 시간을 쏟는 남편(목사) 얘기를 하면서 펑펑 울고, 그러면서 조금씩 나았다.
“정말 신기했어요. 내가 받은 것을 나눠주고 싶어 동네 아줌마 8명을 모아 코칭을 시작했지요.”
엄마로서, 아내로서 힘들고 아파 봤기 때문에 그들과 함께 울기도 하고, 격려도 하면서 가슴 속 응어리를 풀어줄 수 있었다. 이때부터 그는 마음 아픈 여자들을 위한 코칭 강의에 적극 나섰다. 3년 전부터는 ‘맘스 코칭’ 프로그램을 정식으로 시작했다. 4∼5주 과정으로, 많은 여성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실비(1회 3만원)만 받고 있다. 그마저도 형편이 안 되면 후원자를 연결해주기도 한다. 그는 정기적으로 교도소, 노숙인 쉼터 등을 찾아 무료 코칭도 해주고 있다. 그때마다 아버지 얘기를 들려주며 “나도 죄인”이라는 고백을 통해 그들에게 다가간다. 국제코칭연맹(ICF)의 국제 프로 코치 자격증을 갖고 있는 그는 “꽤 인기 강사여서 센터는 강사료로 꾸리고 있다”고 했다.
“가슴이 답답하신 분들은 2월 12일 오후 6시 서울 신촌 창천교회 맑은내홀로 오세요.” 그는 그곳에서 출판기념으로 ‘다시한번 회복콘서트’를 한다. 입장료는 무료다.
김혜림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