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련의 한국교회 어디로… 복음주의협 회장 김명혁 목사 “세속화·인간화 굴레 벗어나자”
입력 2011-01-28 17:37
구제역으로 300만 마리 가까운 가축들이 매몰되면서 농민은 물론 물가 폭등으로 국민들의 시름도 깊어지고 있다. 거기다 지난해 발생한 천안함 침몰과 연평도 포격으로 남북 관계마저 해빙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위기의 한국 사회에 방향타 역할을 해야 할 한국 교회는 목회자의 윤리문제, 개교회의 분열, 교단과 연합기관 내 대립과 반목으로 오히려 혼란을 부채질하고 있는 형국이다. 최근 서울 수서동 사무실에서 김명혁(강변교회 원로·한국복음주의협의회 회장) 목사를 만나 현 상황에 대한 심경과 함께 한국 교회와 사회의 길에 대해 조언을 구했다.
-여러 악재로 국민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 일련의 사건을 바라보시는 심정은.
“연평도 포격 사건은 세속적이고 분열을 일삼는 한국 교회에 대해 회개하라는 사인이라고 생각한다. 구제역도 마찬가지다. 이 세상에서 일어나는 모든 재난의 사건을 정치적으로, 군사적으로, 경제적으로, 의학적으로만 분석하는 것은 잘못이다. 기독교 지도자들은 물론 정치 지도자들이 너무 자만하지도 분노하지도 말고 겸손히 하늘 앞에 무릎을 꿇고 자신들의 자만과 분노와 무정과 분열의 죄를 뉘우치는 자세를 취하는 것이 바른 자세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회개하면서 하늘과 백성들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려고 할 때 하늘과 백성들의 태도도 달라질 것이다.”
-현재 한국 교회가 직면한 가장 심각한 문제점은.
“세속화와 인간화다. 한국 교회가 너무 세상의 유행을 따르고 있는 데다 사람 중심이 된 것이 문제다. 성장주의와 성공주의에 사로잡혀 있고 물욕과 자리욕과 명예욕에 사로잡혀 있다. 목회자들과 일반 신자들의 삶의 모습에서 세상과 구별되는 수고는 물론이고 고난, 절제와 청빈, 금욕과 성결, 화해와 평화를 사모하는 모습을 찾아보기 어렵게 된 것이 그 단적인 증거다.”
-한국 교회의 위기극복 방안으로 회개가 단골로 등장하는데.
“지난 21일 아침 방지일 목사님께서 전화로 이런 말씀을 하셨다. ‘요사이 어느 모임에서 회개기도를 하면서 한국 교회의 부끄러운 문제들을 조목조목 고발하는 듯한 기도와 한국 교회를 향해서 회개하라고 설교하는 듯한 기도를 하는데 아멘이라고 할 수가 없었다’는 것이었다. 나는 전적으로 동의했다. 회개는 어느 단체의 회집으로 억지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공공장소가 아닌 교회당과 기도원 등에서 회개의 기도를 드리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평화와 통일을 위한 한국 교회의 역할은.
“한국 교회도 보수층이 대다수를 이루고 있다. 그럼에도 조용기 림인식 박종화 목사 같은 분들이 수년 전부터 북한을 상대하는 길은 사상논쟁이 아니라 사랑밖에 없다고 말씀해 왔다. 왜 한국 교회는 강도 만나 고난당하는 사람들을 도울 생각은 안 하고 강도(북한 정권)를 때려잡으려고만 하냐는 것이다. 한국 교회가 이런 분들의 목소리를 좀 더 수용해서 포용적인 자세를 가져야 한다. 예수님은 자기를 못 박는 군인마저도 저주하지 않으셨다. 그럴 때 백부장도 녹아진 것이다.”
-2013년 WCC 부산총회 기획위원으로 참여하고 계신데.
“이번 부산 총회는 에큐메니컬하면서도 에반젤리컬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한국 교회가 적극적으로 참여하면 좋겠다. 그래서 내가 제안한 게 영국의 존 스토트 목사와 한국의 조용기 목사를 주강사로 초청하자는 것이다. 스토트는 WCC 멤버인 성공회 소속이지만 과감하게 WCC를 비판한 분이다. 조 목사 역시 WCC를 훨씬 더 에반젤리컬하게 만들 수 있는 상징적인 분이라고 본다.”
-남은 생애 꼭 이루고 싶은 일은.
“제가 이루고 싶은 마지막 소원은 하나님께서 허락하신다면 북한 동포와 무슬림 형제들을 위해서 저의 생명을 제물로 드리고 싶은 일이다. 그리고 5개 종단의 지도자들과 함께 민족의 화해와 평화를 이루기 위해서 마음과 뜻을 함께 모으는 일이다. 즉 민족의 화해와 평화를 이루는 도구가 되는 일이다.”
김성원 기자 kernel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