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소녀 가장돕기] 기아자동차 광주공장 생산직 55명 결성 ‘시온회’
입력 2011-01-28 17:55
광주 광천동 한 연립주택 2층에 사는 김환태(가명·10·초4)군은 집에서 50여m 거리인 기아자동차 광주공장 외벽을 따라 학교를 오갈 때마다 마음이 훈훈하다. 공장 생산라인에서 자동차 조립을 위해 열심히 땀 흘리고 있을 ‘시온회’ 소속 50여명의 정다운 ‘삼촌’들이 코앞에 있다고 생각하면 결코 외롭지 않기 때문이다.
2000년 태어나자마자 아버지(36)와 어머니(30)로부터 버림받은 김군은 전남 여수의 할머니(86) 손에 잠시 맡겨졌다. 초등학교에 입학하면서는 고모(40)와 단 둘이 광주 농성동에서 월세 단칸방을 전전하며 쓸쓸하게 살았다.
김군의 사연은 어린 나이에 걸맞지 않게 기구하다. 군 제대 직후 의욕적으로 시작한 사업의 실패와 보증까지 잘못 서는 바람에 수억 원의 빚을 떠안은 아버지는 김군 출생 직후 날마다 반복되는 주변의 빚 독촉을 견디다 못해 집을 나간 뒤 연락을 끊었다. 어머니 역시 아버지가 행방불명이 된 지 얼마 되지 않아 가출해 김군은 부모의 얼굴조차 전혀 기억나지 않는다.
결혼도 미룬 채 김군을 8년째 돌보는 고모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소년소녀가장에게 제공하는 임대주택에 운 좋게 이사를 하고 시온회 회원들과 인연을 쌓게 된 지난해는 정말 행복한 한해였다”며 “졸지에 부모 없는 신세가 된 환태가 구김살 없이 공부하고 성장하기를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김군과 고모에게 버팀목이 돼주고 있는 시온회는 기아자동차 광주공장의 조립·차체·특장부 등 생산직 근로자 55명이 회원으로 가입된 소년소녀가장돕기 단체.
1985년 3명의 회원으로 활동을 시작한 이 단체는 당초 고아 수용시설인 전남 함평 시온원을 돕게 된 것을 계기로 단체명을 시온회로 정했다. 이후 2000년부터 공장 인근 광천동을 위주로 소년소녀가장들의 학비를 지원해주고 ‘형’이나 ‘삼촌’ 입장에서 친근한 말벗이 돼주고 있다.
시온회가 현재 주기적으로 돕고 있는 소년소녀가장은 김군을 포함한 6명이다. 생산직 직원 55명으로 구성된 회원들은 매달 꼬박꼬박 월급에서 2만원을 뗀다. 이 돈으로 소년소녀가장 1인당 매년 100만원 안팎의 경제적 도움을 주고 있다. 지금까지 회원들이 10년 동안 지원한 액수는 5000여만원 수준이다.
회원들은 또 분기별로 십시일반 정성을 모아 생일잔치를 열어주거나 과일이나 생필품을 사들고 찾아가 진로상담을 해주는 것은 물론 이따금 야유회를 가기도 한다. 장학금과 생활비를 지원하는 대상자가 공장 인근 광천동에 많은 것은 회원들이 자주 찾아가기 위해서다. 회원들은 시간이 허락할 때마다 소년소녀가장을 찾아 따뜻한 마음과 정을 나누고 있다. 설과 추석 등 명절에도 가족이 없어 외로워하지 않도록 자상하게 보살피고 있다.
2002년부터 총무를 맡고 있는 장기술(50)씨는 “어느덧 훌륭한 사회인으로 불쑥 자란 소년소녀가장들이 가끔 찾아올 때 무척 반갑고 대견하다”며 “자존심 강하고 감수성 예민한 아이들이 회원들의 도움을 받는 과정에서 작은 상처라도 입지 않도록 하기 위해 세심하게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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