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로에게 듣는다] 김명혁 목사(한국복음주의협의회 회장)
입력 2011-01-28 17:07
[미션라이프] 구제역으로 300만 마리 가까운 가축들이 매몰되면서 농민들은 물론, 물가 폭등으로 인한 국민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거기다 지난해 발생한 천안함 침몰과 연평도 포격으로 남북 관계마저 해빙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위기의 한국 사회에 방향타 역할을 해야 할 한국 교회는 목회자의 윤리문제, 개교회의 분열, 교단과 연합기관 내 대립과 반목으로 오히려 혼란을 부채질하고 있는 형국이다. 최근 서울 수서동 사무실에서 김명혁(강변교회 원로·한국복음주의협의회 회장) 목사를 만나 현 상황에 대한 심경과 함께 한국 교회와 사회의 길에 대해 조언을 구했다.
Q. 한국 교회가 총체적 위기를 맞고 있습니다. 한기총이나 교단, 개교회의 내분은 물론 목회자 개인의 윤리적 문제로 신뢰도가 급락하고 있습니다. 한국 교회의 지도자이자 선배로서 어디서부터 잘못됐다고 보시는지요?저는 한국교회가 당면하고 있는 근본적인 문제는 세속화와 인간화라고 생각합니다. 한국교회가 너무 세상의 정치 경제 문화의 유행을 따르게 된 것이 문제이고 너무 사람 중심이 된 것이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성장주의와 성공주의에 사로 잡혀 있고 물욕과 자리 욕과 명예욕에 사로잡혀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람들을 끌어 모으기 위해서 설교는 웃기고 울리는 탤런트의 모습을 띠게 되었고, 예배는 감성을 자극하는 시끄러운 대중 음악회의 모습을 띠게 되었고, 행사와 프로그램은 학교나 학원의 모습을 띠게 되었고, 교회의 행정은 기업이나 회사의 모습을 띠게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나와 다른 모든 사람들과 단체들과 세력들을 악의 세력으로 규정하고 분노와 증오의 칼을 휘두르게 된 것이 심각한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결국 목회자들과 일반 신자들의 삶의 모습에서 세상과 구별되는 수고와 고난, 절제와 청빈, 금욕과 성결, 화해와 평화를 사모하는 모습을 찾아보기가 어렵게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최근 빌리 그레이엄 목사님이 ‘다시 과거로 돌아간다면 정치와는 무관한 쪽을 택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성공은 항상 위험한 것이라는 말도 했습니다. 우리 시대의 중심 이슈는 정치 경제 사회문제가 아닌 도덕적이고 영적인 문제라고 지적했고, 우리가 힘쓸 것은 용서와 사랑을 베푸는 일이라고 말했습니다. 귀담아 들어야 할 귀중한 말씀이라고 생각합니다.
Q. 한국교회가 지금의 위기를 극복하는 길은 회개 밖에 없다고 하셨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식으로 회개를 해야 하겠는지요?하나님께서 구하시는 회개의 제사는 상하고 통회하는 회개의 제사라고 말씀했습니다(시 34:18, 51:17). 즉 자기의 가슴과 존재가 깨어져버린 그래서 통곡하며 우는 처절한 회개의 제사를 하나님께서 원하신다고 말씀했습니다. 시청 앞에서 수만 명이 모이는 집회에서는 그런 회개의 제사를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무엇을 주장하며 나타내 보이고자 하는 과시적인 요소가 나타날 수가 있기 때문입니다. 바로 지난 1월 21일 아침 방지일 목사님께서 저에게 전화를 거시고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요사이 어느 모임에서 회개 기도를 하면서 한국교회의 부끄러운 문제들을 조목, 조목 고발하는 듯한 기도와 한국 교회를 향해서 회개하라고 설교하는 듯한 기도를 하는데 본인은 ‘아멘’이라고 할 수가 없었다고 말씀하시면서 순수하고 진정한 회개가 그리운 시대라고 말씀했습니다. 저는 전적으로 동의했습니다. 회개는 억지로 어느 단체의 회집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하나님께서 기뻐 받으실 만한 회개의 제사를 드릴 수 있는 몇 사람들이 있으면 족하다고 생각합니다. 길선주 장로님과 몇 사람, 요나단 에드워즈와 몇 사람이 있으면 족하다고 생각합니다. 부끄러운 죄들을 고발할 필요도 없습니다. 회개하라고 설교할 필요도 없습니다. 이기풍 목사님, 이성봉 목사님, 김치선 목사님, 한경직 목사님은 스스로 우시면서 회개하셨습니다. 공공 장소가 아닌 교회당과 기도원 등에서 회개의 기도를 드리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문제는 하나님께서 기뻐 받으실 만한 회개의 제물들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방지일 목사님은 이렇게 기도하시고 있습니다. “눈물의 사람이 되게 하소서!” 저는 수년 전에 하나님께서 받으시기를 원하시는 제사는 회개의 제사인데 어떻게 하면 좋을까 안타까워하다가 이중표 이정익 손인웅 목사님에게 전화를 걸고 우리가 자성하며 회개하는 모음을 가지면 어떻겠냐고 물었습니다. 모두 동의하면서도 이중표 목사님은 자기는 지금 회개할 자격도 없다고 말했습니다. 결국 저는 김창인 강원용 조용기 목사님을 모시고 “제가 잘못했습니다” 라는 주제로 회개 모임을 주선한 일도 있습니다.
Q. 한국 교회뿐만 아니라 한국 사회도 최근 천안함 침몰, 연평도 포격으로 전쟁의 먹구름이 드리워져 있습니다. 전국적인 구제역과 조류독감으로 수백만 마리의 가축들이 땅속에 파묻혔습니다. 국민들도 불안에 떨고 있습니다. 일련의 사건들을 어떻게 바라보고 계시는지요?저는 부족하지만 연평도 포격 사건이 일어났을 때 즉시 다음과 같은 저의 생각을 표현했습니다. “연평도 포격 사건은 세속적이고 분열을 일삼는 한국교회에 대해 회개하라는 사인은 아닐까” “6.25 전쟁이 일어났을 때 부산으로 피난 간 목회자들이 한 곳에서는 한경직 목사를 중심으로, 다른 한 곳에서는 박윤선 목사를 중심으로 수백 명씩 통곡하며 우는 회개 기도회를 열었지, 북한의 남침을 규탄하는 규탄대회를 연 것이 아니었다.” 구제역 사건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저의 생각과 판단이 다 옳다고 주장하지는 않지만 이 세상에서 일어나는 모든 재난의 사건들을 정치적으로 군사적으로 경제적으로 의학적으로만 분석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생각합니다. 기독교 지도자들은 물론 정치 지도자들이 너무 자만하지도 분노하지도 말고 겸손히 하늘 앞에 무릎을 꿇고 자신들의 자만과 분노와 무정과 분열의 죄를 뉘우치는 자세를 취하는 것이 바른 자세라고 생각합니다. 마치 니느웨의 왕과 대신들이 베옷을 입고 하나님께 부르짖은 것처럼. 종교 지도자들과 정치 지도자들이 낮은 자세를 취하고 회개하면서 하늘과 백성들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려고 할 때 하늘과 백성들의 태도도 달라질 것입니다.
Q. 지난해 대북 지원 문제로 정부와 마찰을 빚기도 하셨는데?정부에서 일체 대북지원을 못하게 합니다. 그래서 제가 통일부에 그랬습니다. ‘종교인의 말을 무시하면 독재다’ 라고요. 통일부에게 남북한의 화해와 교류만큼 중요한 게 없는데 이걸 무시하면 통일부가 아니라 ‘반통일부’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정 이러면 이 정부 상대 않고 다음 정부 기다리겠다’고 했습니다. 지금도 정부가 북한과 대화하려고 하고 있는데 미국과 중국이 말을 하니까 마지못해 대화하려 한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물론 이해는 됩니다. 보수층의 지지를 얻고 등장한 정부이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우리 국민입니다. 국민의 반 이상은 북한을 향해 극단적인 보수주의 입장을 취하고 있습니다. ‘저놈들 다 때려부셔야 한다’는 말도 서슴지 않습니다. 이런 적대감이 보수층의 마음을 꽉 잡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니까 그 세력을 업고 등장한 이명박 대통령도 그 여론을 무시할 수 없는 것입니다. 우리 국민이 하루빨리 생각을 바꿔야 합니다. 다양성 속의 조화를 가져야 합니다. 다행히 우리 사회가 다문화 다인종이 된 게 부담이 되지만 좋은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우리가 이들과 탈북자를 멸시하고 있습니다. 하루빨리 다문화 다인종을 품을 수 있는 국민이 되어야 합니다. 저는 당시 노무현 대통령에게 ‘박정희 대통령을 너무 욕하지 말고 잘한 것은 잘했다고 하라’고 얘기한 적 있습니다. 그런데 노 대통령이 남미에 갔을 때 그런 얘기를 했습니다. 국가조찬기도회에서 ‘내가 잘못한 게 많다. 기도해 달라’고 말했습니다. 그래서 한국복음주의협의회에서도 ‘제가 잘못했습니다’라는 주제로 회개기도를 개최했습니다. 이명박 정부한테도 이렇게 말하고 싶습니다. 김대중 노무현 정권을 너무 욕만 하지 말고 인정할 것은 인정하라구요. 보수는 진보를, 진보는 보수를 인정해줘야 합니다. 민주당도 좋은 게 있고, 한나라당도 서로 좋은 게 있다고 인정할 건 해줘야 하는데 ‘다양성 속의 조화’를 이루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입니다.
Q. 평화와 통일을 위한 한국 교회의 역할은?한국 교회도 보수층이 다수를 이루고 있습니다. 특히 한기총은 분노와 증오를 조장하는 데 앞장섰습니다. 그래서 저는 한국 교회에 대한 기대를 갖지 못하고 있습니다. 다행히 조용기 목사님이 수년 전부터 ‘북한을 상대하는 것은 사상논쟁이 아니라 사랑밖에 없다’고 말씀해 왔고, 림인식 목사나 박종화 목사도 ‘북한에 절을 하면서까지 대화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무조건 강도를 잡으려고만 하지 말고 강도를 만나 고난당하는 사람들을 돕는 데 한국 교회가 앞장서야 합니다. 이런 분들의 목소리가 좀더 한국 교회를 부드럽게 포용적으로 만들어야 하는데 아직 한국 교회는 갈등 가운데 있습니다. 그래서 내가 부족하지만 수년 전부터 ‘민족의 화해화 평화를 위한 종교인 모임’을 만들어 활동하고 있습니다. 비록 종교는 다르지만 어느 목사들보다 만나면 마음이 잘 통합니다. 서로를 인정하고 존중하기 때문입니다. 앞으로도 종교인들이 남북의 화해를 이루는 거름의 역할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저는 북한에 대해 이해하고 끌어안으려 하는 게 예수님의 방식이라고 생각합니다. 예수님은 자기를 못박는 군인을 저주하지 않았습니다. 결국 백부장도 녹아져 예수를 의인이라고 인정했습니다. 그게 예수님의 방식입니다. 로마 정부가 기독교 국가가 될 수 있었던 데도 크리스천들의 그런 행동 때문이었습니다.
Q. 월남하신 분들은 대개 반공주의가 되는 경향이 많은데 목사님께서 그렇게 북한 주민들을 돕고, 평화통일을 위한 일에 앞장서시는 이유는 뭡니까?저는 본래 철저한 반공주의자였고 반일주의자였습니다. 나와 다른 신학적인 입장을 가진 사람들을 정면으로 비판하던 사람이었습니다. 조용기 목사님도 강원용 목사님도 정면으로 비판했었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차츰 저의 생각과 태도에 변화가 일어났습니다. 십자가에 나타난 역설적인 하나님의 긍휼과 용서와 사랑을 바라보고 또 바라보면서, 성 프랜시스와 손양원 목사님과 한경직 목사님 등에 나타난 긍휼과 용서와 사랑을 바라보고 또 바라보면서 그리고 저 자신이 슬픔과 아픔의 골짜기를 걸어가면서 그리고 이 세상에 다양한 여러 종류의 사람들을 친밀하게 만나면서 차츰, 차츰 일본 사람도 북한 사람도 모슬렘 사람도 다른 종교를 믿는 사람들도 존중하며 귀하게 여기게 되었습니다. 사실 저의 마지막 소원은 하나님께서 허락하신다면 북한 동포들과 모슬렘 형제들을 위해서 저의 생명을 제물로 드리고 싶은 일입니다. 저는 지금 5개 종단의 지도자들과 친밀한 만남을 가지고 있는데 얼마나 좋은지 모릅니다. 법륜 스님은 제가 아주 존경하는 사람들 중의 한 사람이 되었습니다.
Q. 목사님께서는 한기총 대표회장이나 교단 총회장 제의를 받으신 적이 없는지요? 있으시다면 지금까지 거절하신 이유는?한기총 대표 회장 제의를 받은 일은 없고 교단 총회장 제의는 받았습니다. 교단 총회장 제의를 얼마 동안 사양하다가 제자들이 제가 총회장 제의를 받아드리지 않으면 저를 스승으로 인정하지 않겠다고 협박을 해서 할 수 없이 총회장을 일년 한 일은 있습니다. 그 때 제가 한 일은 별로 없습니다.
Q. 요즘도 전국 교회를 다니시며 설교하시던데 매번 설교 준비는 어떻게 하시는지요?저는 지난 3년 동안 주일마다 또는 주중에도 주로 작은 교회들을 방문하며 설교를 하는데 교회를 방문하기 전에 그 교회의 목회자에게 교회의 형편을 묻고 무슨 설교를 하면 좋겠냐고 물은 다음 그 교회에 맞는 설교를 준비하고 있는데 솔직히 말해서 전에 제가 강변교회에서 설교 준비하던 것 못지 않게 최선을 다해서 정성껏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신자 수가 2,30여명 되는 작은 교회를 위해서도 최선을 다해서 정성껏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하나님 앞에서 한국교회 앞에서 최선을 다해서 정성껏 준비를 하고 있는데 설교 준비하는 시간이 저에게는 너무너무 좋습니다. 평생 처음으로 하는 설교 제목도 종종 있습니다. 제가 최근에 처음으로 한 설교들 중에는 다음과 같은 설교들이 있었습니다. “네 마음이 어떠한지” “드림과 섬김과 나눔의 삶” “내 영혼이 잠잠히 하나님만 바람이여” “깨달음의 인생” “믿음의 길, 행복의 길” “우리가 물려 받은 영적 유산” 한 가지 더 말씀을 드리면 전에는 설교 준비할 때 주석들을 여러 권 꼭 읽곤 했는데 은퇴하기 10여 년 전부터는 주석을 거의 읽지 않고 자유롭게 제 멋대로 설교 준비를 해 오기 시작했습니다.
Q. 다양한 교회와 목회자들을 만나실텐데 혹시 그들에게서 한국 교회 희망의 근거를 발견하신 게 있으시다면?솔직히 말씀 드리면 저는 지금 한국교회에서 희망을 찾아보기가 힘들다고 생각합니다. 귀한 분들이 점점 우리 곁을 떠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어려운 형편 가운데서도 성심껏 양 무리들을 섬기는 희망적인 분들도 많이 있습니다. 그래서 작년에 “내가 본 한국교회의 아름다운 모습 열 가지”이란 제목으로 다음과 같은 글을 쓴 일도 있습니다. “첫째, 20여 년 이상 영등포 지역의 세상을 등진 그리고 거칠기까지 한 노숙자들에게 인내와 사랑으로 먹을 것과 잠자리를 제공하며 저들의 친구로 살아가고 있는 광야교회의 임명희 목사와 정경화 사모의 환히 웃는 얼굴 모습이 너무너무 귀하고 아름답다. 둘째, 20여 년 동안 성남과 구로 등지의 좌절과 분노에 쌓여 있는 외국인 노동자들의 친구와 변호인과 의사의 역할을 하며 최근에는 저들의 자녀들을 위한 “국제다문화학교”를 세우려고 하는 김해성 목사와 이선희 목사의 끈질기고 진실한 삶의 모습이 너무너무 귀하고 아름답다. 셋째, 20여 년 이상 재난 당한 사람들이 있는 곳이라면 파키스탄으로 아프간으로 서울역 지하도로 어디든지 달려가서 주린 자에게 먹을 것을 목마른 자에게 마실 것을 제공하는 지극히 작은 자들의 친구로 그리고 삶의 안내자로 살아가는 김범곤 목사의 소박한 삶의 모습이 너무너무 귀하고 아름답다. 넷째, 20여 년 이상 가난하고 배고픈 자들에게 밥을 퍼주고 병든 자들에게 치료의 손길을 베풀면서 저들의 친구와 위로자로 살아가는 모습이 그리고 목회의 일터까지 다른 사람에게 넘겨주고 남은 생애를 전적으로 밥퍼와 치료자로서의 섬김의 삶을 살아가기로 다짐한 최일도 목사의 모습이 너무너무 귀하고 아름답다. 다섯째, 20여 년 이상 충청도 보은 산골을 떠나지 않고 몸이 아픈 노인들의 몸을 안마해주고 새벽기도를 마친 후에는 마을의 할머니들을 차에 태우고 산 넘어 장터에 모시고 가서 전날 캔 나물들을 팔게 한 후 다시 집에까지 모셔드리는 창성교회 함대붕 목사와 김미자 사모의 섬김의 모습이 너무너무 귀하고 아름답다. 여섯째, 경기도 파주에서 목회하면서 그 지역의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사랑과 도움과 격려의 손길을 펴며 해마다 몇 번씩 저들의 고향을 방문하고 저들 부모의 가정들을 심방하며 자녀들의 편지와 소식을 전해주며 눈물의 감동을 나누는 사랑의 천사의 역할을 하고 있는 오산교회 박동재 목사의 섬김과 순례의 모습이 너무너무 귀하고 아름답다. 일곱째, 경남 통영의 한 작은 교회에서 목회하면서 주변의 작은 다섯 교회들과 두 달에 한번씩 번갈아 가며 주일 오후에 한 교회에 함께 모여 예배 드리면서 사랑과 은혜를 나누는 일에 앞장 서고 있는 통영도산제일교회 김용진 목사의 협력의 모습도 너무너무 귀하고 아름답다. 여덟째, 2009년 6월 12일 한국복음주의협의회가 작은 교회 목회자들 80여명을 초청하고 위로와 격려하는 시간에 김삼환 목사가 ‘너무 큰 교회를 해서 죄짓는 것 같습니다’ 라고 고백하면서 함대붕 목사를 포옹하며 위로하는 모습이 너무 아름답게 보였고 최근에는 60억 원이라는 어마어마한 액수의 사재를 몽땅 장학기금으로 바치는 모습도 참으로 귀하고 아름답다. 아홉째, 조용기 목사님이 지난 2005년 4월 8일 값싼 은혜로 산 것과 말로만 사랑한 것과 사회악에 대해서 침묵한 것을 고백하며 회개하던 모습이 귀하고 아름다웠고 그 후 평양에 심장병원을 짓고 사랑과 행복 나눔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는 모습이 너무너무 귀하고 아름답다. 열째, 올해 백세가 되시는 방지일 원로 목사님께서 지치지 않는 열정을 지니고 한국교회를 향해 애정 어린 바른 말씀을 해 주시는 모습이 너무너무 귀하고 아름답고 후임 김승욱 원로 목사님 부부가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면서 선임 원로 목사님을 보살피고 있는 모습이 너무너무 귀하고 아름답다.”
Q. 강변교회 목회 하실 때와 지금을 비교하신다면?저는 강변교회 목회할 때도 목회에만 매어있지 않았습니다. 3분의 1은 목회, 3분의 1은 신학교, 3분의 1은 연합기관 사역을 했습니다. 지금은 전국 교회를 대상으로 목회하면서 목회에 대한 이해와 친밀감이 깊고 넓어진 것 같습니다. 특히 한국의 산과 강, 바다를 가보면서 자연이 정복의 대상이 아니라 친구의 대상임을 절실히 느끼고 있습니다. 하나님의 품, 성도의 품, 자연의 품을 새롭게 경험하고 있습니다. 작은 교회도 내 교회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저는 ‘내 교회’에 대한 집착이 한국 교회의 문제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래서 지난 3년 동안 ‘내 교회가 우상이 될 수 있다. 내 교회 부흥하려고 애쓰는 게 한국 교계와 사회에 큰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라고 강조해왔습니다. 그래서 ‘내 교회’를 오래하지 않고 금방 떠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개교회주의를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은 교단에서 10년에 한번씩이라도 교대 목회를 하는 것입니다. 1000명 되는 교회 목사가 6개월~1년만이라도 100명 되는 교회에 가서 목회한다면 ‘이것만이 내 교회’라는 생각은 안하게 될 것입니다.
Q. 2013년 WCC 부산총회 기획위원으로 참여하고 계신데, WCC에 대한 우려와 기대는?지난 3주간 기획위원으로 회의에 참여했습니다. 그 자리에서 그랬습니다. ‘WCC 부산총회에 한국 교회가 다 참여하려면 WCC의 장점만 얘기하지 말고 WCC가 가진 문제점도 솔직히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한다.’ 저는 제가 속한 예장 합신교단을 사랑하지만 누구보다 합신의 약점을 많이 지적한 사람이기도 합니다. WCC는 보수 교계의 복음주의적인 내용을 배워야 하고, 보수 교계는 WCC의 사회 참여나 인권 같은 에큐메니컬한 부분에 대해 겸허히 배워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이번 총회를 계기로 WCC는 에규케니컬 하면서도 에반젤리컬해져야 합니다. 저는 이것을 위해서라도 한국 교회가 WCC 부산총회에 적극적으로 참여했으면 좋겠습니다. 한국 교회의 영적 유산을 잘 전달해서 기도와 회개와 희생, 순교를 세계교회에 전달하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이것을 위한 상징적인 의미로 영국의 존 스토트와 한국의 조용기 목사를 주강사로 세우자고 두 번이나 제안했습니다. 아울러 한국에서 열리는 만큼 ‘통일’도 주제에 넣어야 한다고 강력히 얘기했습니다.
Q. 요즘 목사님께서 주로 기도하시는 내용은 무엇인지요?저는 매년 연초에 기도 제목을 정하는데 금년의 기도 제목은 다음과 같습니다. 처음에 세 가지를 정했다가 나중에 한 가지를 더 했습니다. 우슬초로 나를 정결케 하소서, 예수님만 바라보고 생각하며 닮게 하소서, 모두를 긍휼히 여기고 용서하며 사랑하게 하소서, 눈물의 사람이 되게 하소서 등입니다. 안타깝고 간절한 심정으로 매일 기도하고 있습니다.
Q. 최근 목사님께서 감명깊게 읽으신 책은 무엇인지요?저는 최근에 책을 별로 읽지 않습니다. 그런데 방지일 목사님이 쓰신 「나의 눈물을 주의 병에 담으소서」 라는 책을 읽고 무엇보다 회개의 눈물이 필요한 이 때 눈물의 귀중함을 고백하시는 그 순수하심과 간절하심과 섬세하심에 깊은 감동을 받았습니다.
Q. 남은 생애 꼭 이루고 싶은 일은 무엇인지요?위에서 지적한 대로 제가 이루고 싶은 마지막 소원은 하나님께서 허락하신다면 북한 동포들과 모슬렘 형제들을 위해서 저의 생명을 제물로 드리고 싶은 일입니다. 그리고 5개 종단의 지도자들과 함께 민족의 화해와 평화를 이루기 위해서 마음과 뜻을 함께 모으는 일입니다. 즉 민족의 화해와 평화를 이루는 화해와 평화의 도구가 되는 일입니다.
글=국민일보 미션라이프 김성원 기자 kerneli@kmib.co.kr, 사진=김태형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