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역·전세 대란 놓고 당, 정부대응 질타 ‘냉랭’
입력 2011-01-28 00:48
27일 서울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열린 고위 당정협의회에서는 한나라당 목소리가 컸다. 구제역과 전세대란 등 민감한 현안을 둘러싸고 정부를 매섭게 질책했다.
2시간 동안 진행된 이날 고위 당정협의회는 지난해 10월 10일 이후 석 달 보름여 만에 열린 것으로 정동기 감사원장 후보자 낙마 사태를 계기로 불거졌던 당청 갈등을 봉합한다는 의미도 담겨져 있었다. 이를 의식한 듯 임태희 대통령실장은 “역사적 경험으로 보면 단합해서 대응할 때 성공하고, 분열하면 반드시 실패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회의에서는 싸우는 모습이 두드러졌다는 게 참석자들의 전언이다. 회의가 시작되자마자 한나라당이 물가와 전셋값 상승, 구제역 확산 등에 대한 정부의 대응을 비판하고 나섰다는 것이다. 안상수 대표는 공개회의 인사말을 통해 “단 한 가지라도 서민의 어려움을 해소하겠다는 각오로 대안을 제시해 달라”고 쓴소리를 했다.
비공개회의에서도 몇몇 최고위원들이 유정복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을 겨냥해 책임론을 거론했다고 한다. 홍준표 최고위원은 “정권 무능으로까지 국민에게 비치는데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 하는 것 아니냐”며 유 장관을 지목했다가 뒤에 “지금은 구제역을 잡는 게 중요하고 책임론을 거론할 때가 아니다”며 수위를 낮췄다고 한다. 또 유 장관이 구제역 사태에 대해 해명하려 들자 일부 참석자들이 “이제 와서 그런 설명은 해서 무엇하느냐”며 ‘면박’을 준 것으로 알려졌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구제역 사태의 책임을 축산농가에 돌리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예상된다. 윤 장관은 “일부 기업형 축산농가의 경우 보상비 수백억원을 형제들이 나눠서 받은 경우도 있다. 시가 보상을 무작정 해 주기 때문에 일부 농가에서 도덕적 해이가 문제가 되고 있다”면서 “경찰이 백날 도둑을 지키면 뭐하나, 집주인이 도둑을 잡을 마음이 없는데 제대로 되겠느냐”는 취지로 발언했다고 복수의 참석자들이 전했다. 윤 장관은 “지금 구제역 보상비로 예비비까지 동나고 있다”는 말도 했다고 한다.
이날 회의에서는 과학비즈니스벨트나 동남권신공항 입지선정 문제에 대한 불만도 터져 나왔다. 김무성 원내대표는 “각종 국책사업에 대해 정부가 단호하고도 빠른 결정을 하지 못해 여권 내부조차 시끄러운 것 아니냐”며 신속한 결정을 촉구했고, 김황식 국무총리는 “조속히 결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고 배은희 당 대변인이 전했다.
김남중 기자